본문 바로가기

시사

위성 정당? 비례 정당?

반응형

이전 글의 차례

 

[0~4] 연동형 비례대표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

0. 선거법 개정

1. 국회의원의 종류

2. 기존의 비례대표제

3.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4. 선거법 개정 이후 대한민국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a.k.a.준연동형 비례대표제

 

[5~8]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빛을 발하는 경우

5.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장점

6. 소수 정당이란?

7. 소수 정당에 유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8. 정리


글의 차례

 

9. 들어가며

10. 비례 정당? 위성 정당?

11. 비례 정당이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

12. 결론

 

들어가기에 앞서, 해당 글에 등장하는 모든 예시는 실제 정당들과는 무관하게 정보 전달을 위해 설정된 가상의 정당들이며,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비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밝힙니다.

9. 들어가며

위 두 글을 차분히 따라온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근데, 여기서부턴 조금 더 복잡하다. 

이 글을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읽느냐에 따라 내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

 

- 어떻게 비례 정당이 정당별 득표율에 영향을 미치는지 계산 과정까지 알고싶다면 위의 두 글을 모두 완벽히 이해한 뒤 이 글을 읽어야 한다.

- 계산 과정 같은 건 필요 없고, 그냥 비례 정당이 생기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왜 일부 정당들이 위성 정당에 그렇게 목매는 건지 그 맥락 정도만 알고 싶다면 이 글만 읽어도 된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비례 정당으로 인해, 선거의 승패가 바뀐다.

 

10. 비례 정당? 위성 정당?

먼저 비례 정당이 뭔지 위성 정당은 또 뭔지 예시를 통해 알아보자.

 

현재 국회 300석 중 비례대표는 47석이지만 본 글의 예시에서는 계산의 편의상 50석이라 하겠다.

현재 대한민국에 활동 중인 정당은 수박당, 감귤당, 참외당, 베리당, 딸기당, 포도당 등이 있다.

수박당. 이들은 현재 국회 의석수 2등이다. 1등인 감귤당과 근소한 차이지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다음엔 감귤당을 이기고 1등을 거머쥐고 싶다. 마침 이번에 선거제도가 바뀌었다. 우리 수박당은 이 선거제 개정(선거법 개정 내용 보러가기)을 반대했었는데, 감귤당을 필두로 한 세력이 어거지로 바꾸어버렸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어거지로 통과된 선거제도엔 허점이 엄청나게 많다수박당 이 허점을 이용해 다음 선거에서 감귤당을 이기고 1등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수박당은 허점을 이용해 하나의 정당을 더 만들기로 마음먹는다. 이름하여 박수당. 이름만 다르지, 사실상 수박당과 같은 색깔이고, 같은 맛이다.

감귤당참외당 등 어려 정당의 거센 반대가 있었음에도, 어찌어찌 박수당 창당이 되었다.

박수당수박당의 위성이다. 수박당 주위를 맴돌지만 사실상 알맹이는 본 행성인 수박당에 있다. 그래서 박수당은  '위성 정당'이라 불리기 시작한다.

수박당 지지자들에게 다음 선거에서 정당 투표(2투표)는 '수박당 대신 박수당'에 투표하라고 홍보한다. 수박당은 뭔가 꿍꿍이가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엄마 당인 수박당에,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위성 정당인 박수당에 내보낸 뒤, 정당득표를 박수당에 몰아주어 비례대표 후보를 싹쓸이해올 심산이다. 지역구 의원은 내보내지 않고 비례대표 의원만 내보낸다는 의미에서 박수은 '비례 정당'이라고도 불린다. 이게 바로 바뀐 선거제도의 허점이다.

 

 

11. 비례 정당이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

이제 비례 정당이 뭔지, 위성 정당이 뭔지 이해가 되었나?

이제 이 비례 정당 때문에 선거의 승패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예시를 통해 알아보자.

 

<표 3-3 : 수박당이 비례 정당을 안 만들었을 때>

<표 3-4 : 수박당이 비례 정당인 박수당을 만들었을 때>

- 수박당이 비례 정당을 안만들었을 때, 수박당의 전체 의석은 110석으로, 117석인 감귤당에 패배한다.

- 하지만 수박당이 비례 정당인 박수당을 만들고, 둘의 의석수를 합치면 124석으로, 감귤당을 이긴다.

 

차이가 눈에 들어오는가?

더보기

표 3-4에 대한 계산만 진행하도록 하겠다. 복잡하다.

이 계산은 이 글을 읽었다는 전제 하에 이루어진다. 자세한 계산법에 대한 설명은 해당 글을 참고하면 된다.

 

i) 각 당의 정당 득표율에 따라 총의석수를 찢어 갖는다.

- 정당 득표율이 0%인 수박당은 전체 300석 중 0%에 해당하는 0석

- 정당 득표율이 25%인 박수 전체 300석 중 25%에 해당하는 75석

- 정당 득표율이 35%인 감귤당은 전체 300석 중 35%에 해당하는 105석

- 정당 득표율이 20%인 참외당은 전체 300석 중 20%에 해당하는 60석

- 정당 득표율이 10%인 베리당 전체 300석 중 10%에 해당하는 30석

- 정당 득표율이 6%인 딸기당은 전체 300석 중 6%에 해당하는 18석

- 정당 득표율이 4%인 포도당은 전체 300석 중 4%에 해당하는 12석

이 그 당의 최종 의석수로 정해진다.

 

ii) 그 정당별 의석수에서 지역구로 선출된 의석 수를 뺀다

- 수박당은 전체 0석 중 지역구 105석을 뺀 0석

- 박수은 전체 75석 중 지역구 0석을 뺀 75석

- 감귤당은 전체 105석 중 지역구 110석을 뺀 0석

- 참외당은 전체 60석 중 지역구 20석을 뺀 40석

- 베리당은 전체 30석 중 지역구 10석을 뺀 20석

- 딸기은 전체 18석 중 지역구 5석을 뺀 13석

- 포도은 전체 12석 중 지역구 0석을 뺀 12석

* 수박당감귤당이미 지역구 의석수가 각 정당별 정해진 의석 수를 초과하였으므로 비례대표가 없다.

표 3-4

iii) 그 뺀 값을 2로 나누고 각 정당별 비례대표1로 배분한다.

표 3-4의 '비례1?' 칸을 확인하라.

어라? '비례1?'을 다 합쳤더니 80석이다. 지역구 250석에 '비례1?'까지만 해도 이미 330석으로, 대한민국 국회 의석수인 300석을 초과한다. 이런 제도는 실제 독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서, '초과 의석'이라고 칭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이런 제도가 없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떻게 하느냐? '비례1?'에서의 각 당의 의석 수 비율을 '연동형 캡' 제도에 의해 정해진 비례대표1(연동형 비례대표)의 총 의석 수인 30석에 적용한다. 말이 어렵다. 아래를 보자.

 

* 연동형 캡?

비례대표1의 총 의석 수를 30석으로 제한하는 제도이다. 지역구 기반이 튼튼한 거대 정당에 유리하게, 반대로 지역 기반이 없는 소수 정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제도이다.

 

iv) 비례대표1(연동형 비례대표)의 의석 수를 정한다.

총의석이 80석일 때의 '비례1?'의 비율을 30석에 적용시키는 것이다. 간단한 산수다.

수박당비례1의 전체 30석 x ( 0 / 80 ) = 0 석

박수비례1의 전체 30석 x ( 38 / 80 ) = 14 석

감귤당은 비례1의 전체 30석 x ( 0 / 80 ) = 0 석

참외당비례1의 전체 30석 x ( 20 / 80 ) = 8 석

베리당비례1의 전체 30석 x ( 10 / 80 ) = 4 석

딸기비례1의 전체 30석 x ( 6 / 80 ) = 2 석

포도비례1의 전체 30석 x ( 6 / 80 ) = 2 석

이 비례대표1(연동형 비례대표)로 정해진다.

 

v) 전체 비례대표 50석 중 비례대표1이 30석을 가져갔으니 남은 20석이 비례대표2(병립형 비례대표)이다. 남은 20석은 각 정당의 지지율에 따라 나눠갖는다.

- 정당 득표율이 0%인 수박당은 비례2 20석 중 0%에 해당하는 0석

- 정당 득표율이 25%인 박수 비례2 20석 중 25%에 해당하는 5석

- 정당 득표율이 35%인 감귤당비례2 20석 중 35%에 해당하는 7석

- 정당 득표율이 20%인 참외당비례2 20석 중 20%에 해당하는 4석

- 정당 득표율이 10%인 베리당 비례2 20석 중 10%에 해당하는 2석

- 정당 득표율이 6%인 딸기당비례2 20석 중 6%에 해당하는 1석

- 정당 득표율이 4%인 포도당비례2 20석 중 4%에 해당하는 1석

 

vi) 지역구 + 비례대표1(연동형) + 비례대표2(병립형) = 각 정당의 최종 의석수이다.

 

결과의 차이를 확실히 하기 위해 표 하나에 정리했다.

이제 이 결과를 바탕으로 각 정당별 반응을 살펴보자.

 

참외당베리당딸기당포도당수박당이 위성 정당을 안 만들었어도 원래 억울하다. 애초에 정당 득표율보다 최종 의석의 비율이 더 적다. 그런데, 수박당박수당을 만들고 나니 안 그래도 적었던 의석 수가 더 적어졌다이들은 기가 찬다. 우리 같은 소수 정당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기 위해 개정된 선거법인데, 그게 오히려 거대 정당인 수박당에 힘을 더 실어준 꼴이 되어버렸다. 이들은 선거법 개정의 취지에 어긋난 행위라며 수박당을 비판한다.

'야 수박당 너네, 이러려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선거법 개정했어? 우리같은 소수 정당이 국회 조금이라도 더 진출하려고 개정한 건데 너네 완전히 그 취지를 뒤엎어버리고 있잖아.'

 

하지만 수박당도 할 말이 있다.

'야 너네 말 다했어? 애초에 우리는 이 개정 반대했잖아. 선거법 개정 전부터 개정된 선거법이 이렇게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어. 근데 너희들이 나 빼고 마음대로 어거지로 바꿔놓고, 내가 그걸 이용하겠다고 하니 왜 이제와 딴소리야?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위성 정당 만들어도, 결국 너네 최종 의석수는 선거법 개정하기 전보다 늘어나잖아! 의석수가 줄어드는 것처럼 왜곡하지 마라 너네.'

 

박수당의 창당이 현실화되니, 다음 선거에서 1등을 빼앗길 가능성이 생긴 감귤당의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기 시작한다.

일부는 '야 감귤들아, 우리도 수박당처럼 비례 정당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대로라면 우리의 패배가 거의 확실하잖아. 그리고 수박당 쟤들, 우리가 전에 그렇게 선거제 협의 하자고 할땐 그렇게 모른채 하더니 뭐? '나 빼고 마음대로 어거지로'? 이건 참을 수가 없어. '라고 말하는 반면, 또 다른 일부는 '야, 그래도 비례 정당은 안 돼. 일단 선거법 개정 취지에 어긋남은 물론이고, 수박당박수당 만든다 그랬을 때 우리가 그렇게 '가짜 정당'이라고 비판했는데 이제 와서 우리도 그 '가짜 정당'을 만들자고? 그럴 명분도 없고, 애초에 우리가 밀어붙인 선거법 개정의 정당성도 우리 스스로 훼손시키는 꼴이 되어버린다고.'

 

12. 결론

1. 비례 정당 혹은 위성 정당이란, 바뀐 선거법의 허점을 공략해 비례대표 의석 수를 더 많이 가져오기 위해 만드는 정당이다.

2. 어떤 거대 정당이 비례 정당 혹은 위성 정당을 만들면, 그 당이 선거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3. 하지만 소수 정당의 국회 진출을 목적으로 한 선거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있다.

 

 

 여러분은 누구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정치에 정답은 없다. 물론 선과 악도 없다. 단지 결과에 따라 달라지는 이해관계가 있을 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제삼자 입장에서 정치란 정말 재미있다.

 이제 왜 비례 정당이니 위성 정당이니 그렇게 논란인지 이해가 되었나? 그 논란은 아직까지 진행 중이고, 아마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의 발전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도 적용해보고 저렇게도 적용해보며 우리에게 알맞은 정책을 찾고 알맞게 시행된 뒤 사회에 완전히 정착될 때 비로소 사회가 발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최근 선거법 논란도 그 과정의 하나라고 본다. 논란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자기의 주장을 내세운다면 언젠가 사회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나는 왜 독일에선 위성 정당에 관한 논란이 없는지 너무 궁금했다. 그들에게도 위성 정당이 있는데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아예 법으로 금지시켰나? 그것도 아니라면 위성 정당이 등장할 수 없는 무언가 배경이 있는 것일까? 분명 우리와 유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사용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다음 글에선 이 이유에 대해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3월 30일 추가 : 한참 고민해봤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도 그 답을 찾지 못했다. 몇가지 가설들을 아래 글에 정리해놓긴 했는데 쓰면서도 도저히 모르겠어서 글의 질이 굉장히 낮다. 질 나쁜 글이 읽기 싫은 사람은 건너뛰어도 좋다. 그리고 더 명쾌한 해답을 알고있는 사람이 있다면 좀 알려주면 좋겠다.

 

왜 독일엔 위성 정당 논란이 없을까?

이전 글의 차례 [0~4] 연동형 비례대표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 0. 선거법 개정 1. 국회의원의 종류 2. 기존의 비례대표제 3.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4. 선거법 개정 이후 대한민국의 연동형 비..

juntherm.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