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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왜 독일엔 위성 정당 논란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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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의 차례

 

[0~4] 연동형 비례대표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

0. 선거법 개정

1. 국회의원의 종류

2. 기존의 비례대표제

3.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4. 선거법 개정 이후 대한민국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a.k.a.준연동형 비례대표제

[5~8]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빛을 발하는 경우

5.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장점

6. 소수 정당이란?

7. 소수 정당에 유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8. 정리

[9~12] 위성 정당? 비례 정당?

9. 들어가며

10. 비례 정당? 위성 정당?

11. 비례 정당이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

12. 결론


이미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정당 창당이 완료 되었고 비례대표까지 정해진 상황이다. 그래서 위성 정당이니 비례 정당이니 하는 논란은 한숨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난 궁금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대체 왜 독일엔 위성 정당 논란이 없을까?

 

일단 이 글의 결론부터 말하겠다. 열심히 생각해봤는데 나도 그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여러 국가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사용하고있지만 대표적으로 독일이나 호주가 떠오른다. 이 말고도 베네수엘라와 알바니아 등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었는데, 이들 국가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위성 정당이 창당 되었는데, 이후 선거법을 개정해 다시 없어졌다고 한다.

 

사실 선거법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설명하는 글을 쓴 지 3주가 지났다. 그 이후 지금까지 조금씩 이 이유에 대해서 조사도 해보고 생각도 해봤는데 도저히 내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그러니까, 독일에서도 지금 당장이라도 위성 정당을 만들면 이득이라는 결론이 자꾸 나온다는 말이다.

 

아래 내가 조사하며 알아낸 사실들과 생각해본 몇가지 가설들이다.

 

참고로 몇가지 계산법이나 비례대표제의 종류가 알고 싶다면 위 링크 글들을 읽으면 된다.

 

들어가기에 앞서, 나는 정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아래 내용들은 어디까지나 내 계산과 추론일 뿐 사실은 아래 내용들과 전혀 다를 수 있음을 밝힌다. 또한 독일은 우리나라와 국회의원 의석 계산법부터 의석 수 자체까지 많은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솔직히 나도 그 세세한 항목들까지 알 수는 없었다. 예시들은 의석 수 300석을 기준으로 했다.

1. 애초에 연동률 100%

이기 때문에 꼼수를 부릴 필요가 없다?

 

A정당의 정당 득표율이 30%이고 지역구에서 80석을 가져갔다고 가정하고, 직접 계산해보자.

 

<수박당이 박수당을 안 만들었을 때>

<수박당이 박수당을 만들었을 때>

- A정당이 위성 정당 혹은 비례 정당을 안만들면 90석

- A정당이 위성 정당 혹은 비례 정당을 만들면 총 170석

을 가져간다.

 

실제 초과 의석 룰을 적용하면 수박당의 실제 총의석이 80석이나 안 나오겠지만, 아무튼 적용을 한다 해도 수박당이 위성 정당을 안 만들었을때보다 만들었을 때 의석 수가 많다. 위성 정당을 만드는게 이득이라는 소리다.

 

확신할 순 없지만, 연동률이 100%이기 때문에 위성 정당을 만들어도 이득이 없을 거라는 가설은 옳지 않아 보인다.

2. 비례대표 의석수가 많음

독일은 비례대표와 지역구의 의석 비율이 1:1이다. 각각 약 300석 정도 된다.

반면 한국은 1:5이다. 비례 47석에 지역구 253석이다.

 

우리나라의 비례대표 의석 수가 적은 것이 어떠한 문제를 일으키는지 예시로 알아보자. 계산 과정을 천천히 따라오면 된다.

 

C정당의 정당 득표율 30% → 총 의석 수 90석으로 정해짐.

그런데 지역구 의석수만 해도 100석 → 비례 의석 하나도 못 받음 (총 의석 수가 90석인데 이미 지역구로 90석보다 많은 100석을 차지했으므로)

 

이렇게 비례 의석을 하나도 못 받는 억울한 일이 벌어지니 비례 정당을 따로 만들어 비례 의석을 가져가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독일처럼 비례대표 의석수가 150석이었다면?

그렇다면 지역구도 150석이다. 총 의석 수는 300석이니까.

→ 어느 거대 정당이라 해도 지역구 150석 중 90석이 넘게 당선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 정당 득표율 30%  총 의석수 90석으로 정해짐.

그중 지역구 60~70석이라고 치면 → 남은 20~30석은 비례대표

 

이렇듯 비례대표 의석의 비율이 높으면 아무리 거대 정당이라해도 지역구에서 많은 의석을 가져가기 어렵다. 그러므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정해진 총 의석수를 채우기에도 바쁜 것이다. 비례 정당까지 만들어 거기에 시간과 인적 자원을 할애할 여유가 없어진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틀린 말 하나 없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논리는 내가 찾고 있는 해답과는 관련이 없다. 이렇게 지역구와 비례 의석 비율이 1:1이라도, 위성 정당을 만들면 선거에서 더 많은 의석 수를 가져갈 수 있다.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겠다. D당이 위성 정당인 d당을 만들어 그쪽으로 정당 득표율을 몰아준다고 해보자. 30%의 정당 득표율이다.

 

D당의 정당 득표율 0% →  but 지역구 선거에서 60석을 가져감

d당의 정당 득표율 30% → 총 의석 수 90석으로 결정됨 → 비례대표 최대 90석 가져갈 수 있음

결과적으로 D당과 d당의 의석 수를 합치면 150석이 되는 것이다. 

(이 결과는 선거제의 여러 세부 항목은 논외로 하고 최대한 단순화시켜 한 계산에 따른 것이다)

 

이것도 확신할 순 없지만, 독일의 비례대표 의석 수가 많은 것과 독일에 위성 정당이 없는 것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3. 지역별로 나누어서 비례대표를 뽑음

어떤 전문가가 지역별로 비례대표를 나누어서 뽑으면 위성 정당을 굳이 안 만들어도 될 거라고 쓴 글을 봤다. 실제로 독일도 지역별로 비례대표를 나누어서 뽑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역에 관계없이 정당별로 몇 명씩 비례대표를 선정하는 식이다.

 

여기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고민도 해보고 숫자를 넣어 계산도 해봤는데 내 짧은 식견으로는 도저히 지역별로 나누어서 뽑는 것과 위성 정당이 이득이 되는 정치적 상황의 관계를 알아챌 수가 없었다. 누군가 아는 사람이 있다면 나에게 알려주면 고맙겠다.

 

이 가설은 건너뛰도록 하겠다.

4. 독일 국민들의 정치적 사회적 사고 수준이 높다?

조사를 하다 보니 이렇게 생각하는 전문가들도 몇 명 있는 것 같았다. 그분들은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설명했지만 나는 그럴 능력이 없다.

 

한마디로 위성 정당을 만들면 이득인 걸 알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에 어긋나는 행위이기 때문에 안 만든다는 것이다.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정말 멋지다. 독일 민주주의의 역사는 사실 프랑스나 영국 등에 비해 훨씬 짧다. 그럼에도 만약 그 정도의 성숙함이라면 그건 정말 부럽다.

 

5. 결론

나도 모르겠다. 생각할수록 머리가 지끈거린다. 계속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것도 지친다. 대체 왜지? 독일 국회의장과 선관위장, 우리나라 국회의장과 선관위장 이렇게 4명을 불러놓고 꼬치꼬치 캐묻고 싶은 심정이다.

 

솔직히 도저히 모르겠다. 독일의 제도를 우리나라에 똑같이 적용한다면 우리나라도 위성 정당 논란이 없었을까? 결국 정치적 성숙도의 문제인 것일까? 독일 정치는 성숙하고, 우리나라 정치는 미숙해서? 아니라고 믿고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서 그냥 글을 쓰지 말까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고민한 흔적을 남겨놓고 싶어서 글의 질이 굉장히 낮음에도 이렇게 글을 써 올리기로 마음 먹었다.

 

앞으로도 이에 대해 계속 조금씩 생각해보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들이 있으면 추가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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