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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역사영화

영화 <작은 아씨들>의 역사적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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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순서

0. 간략한 내용 정리

1. 주요 등장 인물

2. 간단한 미국의 역사

3. 남북 전쟁의 개념

4. 당시 여성의 지위

5. 마치며

 

  코로나19가 한창인 2020년 3월 20일 금요일 저녁, 조심스럽게 영화관으로 향했다. 2월 초에 개봉한 <작은 아씨들>은 이제 거의 끝물이라 하루에 한 두 타임밖에 상영하지 않는다. 그 마저도 관객이 아주 적다. 코로나19가 기승인 데다가 끝물인 영화이고, 심지어는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그 넓은 상영관에 나를 포함해 단 3명이 영화를 관람했다.

 

  사실 작년 12월 아카데미 이야기가 한창일때부터 영화 <작은 아씨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그때부터 루이자 메이 올컷의 원작 소설인 <작은 아씨들>을 읽고 난 뒤에 영화를 보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두 달간 책 읽는 것을 계속해서 미루다가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야 시립 도서관으로 향했는데, 코로나19덕분에 무기한 휴관을 한다는 안내문이 나를 맞이했다.

  그 이후로도 계속 책을 읽을 기회가 있겠지라는 막연한 기다림 속에 시간을 보내다가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영화가 끝물이더라. 사실 소설도 1,0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라 하루이틀만에 뚝딱 읽어낼 수 있는 책도 아니거니와 더 기다렸다가는 영화도 못 보게 생겼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그렇게 어제 허둥지둥 영화관으로 향한 것이다.

 

 영화 초반부에 1862년이라고 년도를 알려준다. 미국사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정확힌 아니라도 대충 남북전쟁Civil War쯤이겠구나 추측이 가능하다. 19세기 중후반 미국에 특별히 역사적인 일은 남북전쟁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금씩 추측하면서 보면 영화가 더 달다.

  이 영화는 19세기 당시 여성들의 삶을 주로 다룬다. 나는 '당시 여성들의 삶이 열악했다'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그 이유와 상황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영상 매체의 장점 아닐까.

  

0. 간략한 내용 정리

때는 1862년, 뉴욕 근처 뉴햄프셔 주의 콩코드 시의 시골에 사는 마치March 집안. 아버지는 남북전쟁에 북부군으로 참전했고, 어머니 혼자 왁자지껄 4남매와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의 참전으로 돈줄이 끊기자, 가족들은 서로를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기 시작한다. 이웃집에 사는 금수저 로렌스 집안과 도움을 주고받기도 한다.

1. 주요 등장 인물

마치 집안

첫째 메그

배우라는 꿈이 있으나(둘째인 조가 자꾸 닦달해서 원하게 된 건지 원래 본인의 꿈인 건지는 확실히 묘사되지 않는다) 자신의 행복 그리고 가족의 안정을 위해 결혼을 택하는 당대 보편적 여성 상이다. 로렌스 집안의 과외쌤과 결혼한다.

둘째 조

소설가라는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위해 당대 여성에게 기대되는 모습들을 취하지 않는 진취적 모델의 여성이다.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뉴욕으로 떠난다.

셋째 베스

피아노에 엄청난 소질(피아니스트가 꿈인 것은 영화에서 묘사되지 않는 듯하다)이 있으나 차분하고 소극적이며 선천적으로 몸이 약하다. 하지만 언니들이 나몰라 할 때 어려운 이웃을 혼자 도우러 가는 등 따뜻하고 이성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

넷째 에이미

화가가 꿈이다. 기가 센 둘째 조에 밀려 항상 자신은 뒷전이라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대고모를 따라 프랑스로 가 미술을 배운다.

어머니 (마치 부인)

네 자매의 어머니로, 크리스마스 상을 가난한 이웃들과 나누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이다. 둘째 조에게서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보고 조언을 해주어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게 한다.

 

 

 

로렌스 집안

로리

금수저 로렌스 집안의 손자로, 할아버지 로렌스 씨와 같이 산다. 쾌활한 성격이다. 하지만 가난하지만 꿈이 있는 마치 집안의 아이들과는 달리 부자이지만 별다른 목표가 없는 것으로 묘사된다.

로렌스 씨

로리의 할아버지. 베스 마치에게서 자신의 딸이 모습이 보인다며 죽은 딸의 피아노를 주는 등 전체적으로 마치 집안을 사람들을 많이 돕는다. 망나니 행실을 보이는 로리가 걱정되지만 크게 혼내진 않는 듯.

 

2. 간단한 미국의 역사

영화 <작은 아씨들>은 19세기 중후반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되는데, 현재의 시점은 1862년이다. 흐름을 잡기 위해 미국의 역사를 간단히 정리했다.

 

- 17세기 '메이플라워호'로 대표되는 잉글랜드의 청교도 무리가 미국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로 정착하기 시작  인디언 학살

- 네덜란드와 영국이 북아메리카 동부 대륙에서 영토 전쟁을 했으나, 최종적으로 영국이 승리

- 이후 이민자들이 자체적으로 정부를 구성 (이하 미국) but 미국은 아직은 영국의 식민지 신분

- 영국이 미국을 상대로 증세하는 등 계속해서 큰 간섭 → 군사적 갈등

- 1776년 미국이 영국을 상대로 독립전쟁 승리 후 독자적으로 미합중국(아메리카 합중국) 건립

- 이후 100여 년간의 골드러시, 서부 개척으로 영토 확장인디언 학살북아메리카 대륙 서부까지 영토 확장

- 1861~1865 남북전쟁 : 노예제를 반대하는 공업 중심 북부 주와 노예제를 찬성하는 농업 중심 남부 주의 전쟁북부의 승리 (마치 가족의 아버지는 북부군으로 참전, <작은 아씨들>의 배경)

- 통합 이후 남쪽으론 멕시코 북쪽으론 알래스카 등 조금씩 영토 넓히며 민주주의 국가 견고히 만듦

- 20세기 양차 대전 참전

 

3. 남북전쟁의 개념

남북전쟁은 영화의 이해에 필요한 내용은 아니지만 그래도 알아두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서 간단하고 조심스럽게 설명하겠다.

전개

- 미국이 연방 국가 형태로 자리 잡은 이래로, 남부와 북부 사이엔 뿌리 깊은 갈등이 있었음

- 남북전쟁 이전까지, 노예제가 합법인지 불법인지는 각 주에서 결정

- 남부 : 목화, 담배 농사 등의 농업이 주된 산업 → 노동력 많이 필요해 노예제 합법

- 북부 : 공업이 주된 산업 → 공장 많아 상대적으로 일손 적게 필요 → 노예제 불법

- 1860년 노예제를 안 좋게 보는 링컨의 대통령 당선

- 미시시피, 플로리다. 앨라배마 등 일곱 개의 주가 아메리카 합중국 탈퇴 선언  아메리카연합Confederate States of America(이하 남부연합) 선포  

- 1861년 남부연합의 선제공격으로 남북전쟁 발발

- 영화 <작은 아씨들>의 배경인 뉴햄프셔(아래 지도 우측 상단 화살표)는 노예제에 반대하는 북부 소속 - 아버지 북부군으로 참전

 

붉은색 - 남부군(남부연합) / 푸른색 - 북부군으로 참전(미합중국)

 

- 전쟁 중, 링컨의 <노예 해방 선언> : 흑인들을 북부군에 자진입대시키기 위해 그들을 포섭하기 위한 목적이었지, 인류애적 이유가 아니었다는 의견도 존재

- 티격태격  1865년 북부군의 승리

- 같은 해 링컨 암살 → 하지만 노예제 금지 내용 담은 <수정 헌법 13조> 통과

 

 

 

 

의의

- 정치적 통일 + 군사적 통일  제국주의 열강 반열에 듬

- 영토국가 + 국민국가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 → 북부의 주도로 본격적 산업화 시작

- 북부의 승리로 노예제 명목상 폐지 but 20세기 초중반까지 공공연한 차별 계속됨

 

4. 당시 여성의 지위

당시 여성의 삶에 대한 내용이 영화의 주를 이룬다. 영화의 여러 장면들을 통해 당시 여성의 지위를 어렵지 않게 추측해볼 수 있다.

 

- 뉴욕으로 간 둘째 조가 출판사에 자신이 쓴 소설을 제출하는데, 자신이 쓴 것이 아닌 것처럼 행동(단순히 부끄러워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 대고모님(메릴 스트립 분)의 '여성은 결혼만 잘하면 된다', '배우가 되거나 사창가로 가거나, 여성이 돈을 버는 방법은 그 두 개뿐이다.'등의 발언

- 멋지게 꾸미고 사교계로 진출하고 싶지만, 모든 걸 포기하고 결혼해 어머니로서의 삶을 택하는 첫째 메그

 

  사실 19세기 중후반은 이러한 당시 보편적 청교도적인 여성 상에 금이 가던 시기였는데, 그 주된 이유가 바로 전쟁이다.

 

  당시 청교도 문화에 따라 여성들은 남성의 소유물로서 간주되었는데, 미국 대륙에서 첫 내전인 남북전쟁을 거치며 이 지위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다. 아직은 여성들이 군인으로서 참전한다는 것이 보편화되지 않은 시대였기 때문에, 대부분은 남성들이 전쟁터로 나갔고 <작은 아씨들>에 보이는 것처럼 여성들이 집에 남아 스스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이는 영화에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조는 뉴욕으로, 에이미는 파리로 가는 것으로 묘사된다. 물론 조와 에이미의 경우, 뚜렷한 직업적 목표가 없는 것으로 묘사되는 메그와 베스와는 달리 원래부터 작가와 화가라는 명확한 꿈이 있었기에, 단순히 '전쟁 때문에 여성이 사회로 몰린' 상황을 대변하는 케이스가 될 순 없다. 하지만 이는 소설을 역사적 맥락과 연결 지어 설명해보려는 시도의 일환일 뿐임을 밝힌다. 결과적으로 이처럼 남북전쟁이 본의 아니게 여성들의 사회 진출에 도화선 역할을 했고, 여성들 스스로의 인식이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까지가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 배경이다. 이후 20세기 초중반 양차 대전을 겪으며 여성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이때부터 여성도 군인으로서 참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사회 진출이 가속화되었다. 남성 대다수가 전쟁터로 나갔기 때문에 비워진 자리들을 여성이 메워야 했고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한 걸음씩 더 나아간 것이다.

 

 

5. 마치며

  위에 열심히 써놓은 역사적인 사실들과는 무관히, <작은 아씨들>은 정말 훌륭한 영화인 것 같다. 무엇보다 조와 에이미 그리고 로리의 관계를 너무도 매끄럽게, 전혀 껄끄럽지 않게 표현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결혼을 하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작가라는 큰 꿈이 있었기에 선뜻 로리에게 마음을 내비칠 수 없는 조와 그런 조를 이해하면서도 자신과 결혼해주길 바라는 로리의 안타까운 심정을 너무 잘 묘사했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과거의 영상은 따뜻한 색감으로, 어두운 현실이 짓누르고 있는 현재의 영상은 옅푸른 차가운 색감으로 반복 교차되며 이어지다가 과거와 현재가 만나 다시 행복해지는 순간 다시 따스한 색감으로 돌아오는 영상미도 인상 깊었다.

  책을 읽은 뒤 영화를 보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음껏 상상하며 책을 읽는 재미를 영화에 빼앗겨버린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만간 책도 꼭 읽어봐야겠다.

 

  여담으로, 18세기에서 20세기 사이를 다루는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서양의 문학 작품들을 보면 '사교계'에 관한 묘사가 굉장히 많이 나온다. 대표적 책으론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가, 영화로는 우디 앨런 감독의 <카페 소사이어티>가 떠오르는데, 이게 사실 우리 한국인으로선 진정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운 문화임이 확실하다. 나도 역사 공부를 하며 사교계에 대해 약간은 알게 되었는데, 아직까지도 궁금한 점이 많다. 이에 관해 조금 더 공부를 해 글로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There are some natures too noble to curb, and too lofty to bend.
어떤 천성들은 억누르기엔 너무 고결하고, 굽히기엔 너무 드높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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