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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개강 2주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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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공부같은 공부를 하니까 재미있다.

 

1학년때부터 다짐했던대로 2학년 1학기의 목표 학점은 4.5다. 또 다른 다짐이었던 산디과 복전 합격은 달성을 했으니 이제 4.5만 받으면 된다.

 

마침 또 이번에 강의를 비대면으로 진행해서 수업을 집에서 듣다보니 공부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다. 학교생활을 못하는 게 진짜 너무 말도 안되게 큰 단점이긴 하지만 그래도 모든 것이 그렇듯이 장점이 없는 건 또 아니다.

 

암튼 열심히 공부했다. 학교 공부에 집중하다보니 휴학 중 꾸준히 해오던 것들-언어 공부, 독서, 블로그, 운동 등-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기가 어렵다는 걸 지난 2주간 느꼈다. 그래도 프랑스어와 독일어 공부, 독서,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지만 블로그는 뭔가 굉장히 부수적인 것이다 보니 시간을 할애하기가 애매하다. 그래도 일주일에 글 한두개는 올리려고 노력해봐야겠다. 시간이야 쪼개고 쪼개면 되니깐.

 

1학년 2학기때 공부좀 할걸 그랬다. 1학기땐 아싸였어서 학점이 잘 나왔는데 2학기부터 학교생활(=술)을 시작하면서 학점이 망가졌다. 3.3이면 분명 낮은 점수는 아니지만 학교 무슨 규정이나 활동을 하려고 하면 보통 조건에 직전학기 학점이 3.5 이상인 자 라고 명시되어있어서 그런 걸 못하는게 너무 뼈아프다. 그리고 3.5를 넘었으면 2학점을 추가로 이수할 수 있어서 산디과 전공을 하나 더 들었을 수도 있었다. 복수전공 하는데 한학기에 17학점만 듣는 건 너무 적고... 아쉽고..아깝고.... 수강신청 망해서 시간표도 원하던대로 안짜졌고... 그래도 처음에 신청 성공한건 6학점이었는데 어떻게 17학점으로 만든 것도 기적이다.

 

기계과 전공은 사실 2학년때야 기초적인 역학 수준이라 크게 부담이 되진 않을 것 같고 이주간 느낀 이번학기 4.5의 최대 난관은 수학이랑 산디과 전공기초인 기초평면이다.

수학이야 고등학교때부터 항상 내 아킬레스건이었기때문에 그 위기감에 워낙 익숙하고 또 워낙 부족한 실력을 어떻게든 커버해보려고 고딩때 열심히 공부해놓은 베이스도 있어서(물론 3년이라는 휴학기간동안 다 까먹어서 일주일동안 다시 다 공부해야 했지만) 어찌 열심히 해보면은 에이쁠러스를 못받진 않겠다는 느낌이 든다.

근데 기초평면... 산디 전공이라곤 하지만 사실 모든 미대생들이 듣는 1학년 가장 기본 회화 과목이다. 공대로 따지면 수학같은 느낌이다. 그냥 가장 기본. 나는 입시미술은 고사하고 미술이라는 걸 복전 준비하면서 처음 배워봤기 때문에 밥먹고 그림만 그리다 온 미대생들을 감당해낼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그래도 열심히는 해봐야지. 한가지 다행인 건 내가 그림 그리는 걸 워낙 좋아한다는 거다. 교수님이 첫 수업부터 밑도끝도 없는 과제를 내주셔서 당황은 했지만 재미는 있었다. 내일 받을 크리틱, 내 인생 첫 크리틱이 기대된다.

 

형용사 하나를 골라서 아래 그림을 그 형용사에 맞추어 바꿔보되, 재료는 상관 없으나 색은 검정색만 사용해 그리라는 게 과제였다. 수업시간동안 투시 개념 하나 알려주고 이런 과제를 내주는 걸 보고 역시 홍대는 홍대구나 생각했다. 

스케치북에 그리기에 앞서 아이패드로 대충 느낌을 내봤다. 내가 선택한 형용사는 messy지저분한 이다. 창문 빛의 강한 역광을 표현해내고 싶었는데 진짜 내 실력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암튼 스케치북에 첫 시도. 무슨 펜으로 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내가 젤 많이 쓰는 제트스트림 0.38로 했다.

근데 그리다보니까 지저분한 느낌이 별로 안드는 것 같아서 펜을 모나미 플러스펜으로 바꿨다.

지저분해 보이긴 하는데 아이패드 그림만큼 지저분해 보이진 않는다. 완벽주의 기질이 밀고올라와서 다시 시도할까 했지만 뭐 첫 과제이기도 하고 교수님이 입시미술 안한 사람들 배려해준다고도 했으니까 그냥 이대로 제출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산업디자인과 복수전공을 마음먹은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미술에 대한 욕심? 갈망?이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번 학기 내내 이 과목으로 고통받을지언정 재미는 있겠구나 생각한다. 내가 원했던 미술은 디자인처럼 파생(?)된 게 아니라 저런 순수 미술이었으니까.

 

아 그리고 준비물들을 사러 홍대에 있는 화방에 갔는데 와... 미대생들 왤케 멋진거야? 옷입는거 자체가 남다르더라 다들. 나도 지금 피부도 타고 머리도 길러서 분명 평범한 비주얼은 아니겠지만 그 화방에선 그저 평범해지는 기분이었다.

 

기계과 전공들도 재미있게 공부했다. 고딩때부터 워낙 물리 화학을 좋아했어서 이미 다 아는 내용이기도 하고 물리를 공부하면 똑똑해지는 것 같은 그런 착각같은 느낌도 좋아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했다.

 

동기들은 다 3학년인데 나만 2학년이라 이게 생각보다 좋은 점이 많다. 단톡에 물어보면 누군가는 대답해준다. 나는 그냥 콩고물 떨어지는 거 받아 먹기만 하면 된다. 앞으로도 무슨 과목이 좋고 뭐가 안좋고 교수는 어떻고 이런 거에 대해선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2주차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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