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그러니까 2020년 6월부터 세계 여행을 하려 한다.
요즘 워낙 대단한 여행가분들이 많으셔서 세계 '일주'라 하긴 좀 부끄럽다.
그냥 세계 이곳저곳 내가 가고 싶은 곳 다니는 여행이다.
하기야 단어가 뭐가 중요하랴. 가서 경험하고 느끼는 알맹이가 중요한 것이겠지.
뭐 아무튼간에 여행을 가려면 계획을 짜야한다.
참고로 나는 하루 단위로 계획을 짜는 그런 엄청난 계획 수립자는 아니다.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할 이유도 못 느낄 뿐 아니라 그렇게 계획을 짠다 해도 그 계획대로 다닐 위인도 못된다.
그래도 '얼추 이 정도 동선은 가져야겠다'정도 생각하는 건 당연지사다.
여행 가기 전, 내가 스스로 여행 계획을 수렴하는 과정을 기록해보려 한다.
1. 대강의 얼개 짜기
난 일단 대강의 얼개를 생각해본다.
여기서 얼개란, 기간과 예산이다.
내가 여행을 얼마나 길게 할 것인지, 그리고 내가 여행에 탕진할 수 있는 돈이 대략 얼마인지 생각해보는 거다.
정확할 필욘 없다. 어차피 여행까진 많이 남았으니까.
기간 | 예산 |
약 5~6개월 (6월~12월) | 약 1,000만원 |
내가 생각하고 있는 기간과 예산은 대락 이 정도이다.
2. 여행 중 하고 싶은 것 생각해보기
이제 내가 여행 중 하고싶은 것을 브레인스토밍 식으로 마구 적어 볼 것이다.
조건 같은 건 나중에 생각하면 된다. 일단 다 적는다.
엄청 많을 것 같은데도, 쓰다 보면 사실 막 엄청 많이 떠오르진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하고 싶은 것 목록!
1. 인도에 가고 싶다. 특히 라닥. with **
2. 몽골도 가고싶다. 특히 사막. 특히 은하수와 쏟아지는 별! with **
3.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타고 싶다.
4. 유럽에 가서 유럽으로 여행 오는 한국 친구들 만나고 싶다.
5. 귀국 티켓은 예매 안 한 채로 가고 싶다.
6. 갈색 가방을 메고 싶다.
7. 카메라, 삼각대는 필수다.
8. **, **도 보고 싶다.
9. 산티아고 순례길 걷고 싶다. with **
10. 프렌치 레스토랑 풀코스로 먹어보자. 돈이 얼마나 들든.
11. ** 집에 며칠 묵을 수 있을까?
12. 몽골 -> 인도 기차로?
13. 남미... 가능하다면 꼭 가고 싶다.
14. 내친김에 사하라까지 도전?
15. 사하라에 가게 된다면 아프리카도 전체적으로 경험하고 싶다.
(여기서 **은 사람 이름이다)
내가 이걸 굳이 생각해보는 이유는, 장시간 여행 중 심신이 지쳐 자칫하면 목적의식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에 무슨 목적의식이 필요하냐 말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근데, 뭐 엄청 거창한 목적의식이 아니라, 그냥 계속해서 여행을 하고 싶게 해 주는 내 개인의 동기다.
힘들 때 하루 이틀씩 쉬어가면서 내가 처음에 뭘 하고 싶는지 다시 한번씩 보는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적고 있으면 그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하며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3. 가고 싶은 국가(혹은 도시) 정하기
얼개를 짰다면 그다음으론 가고 싶은 국가를 정한다.
만약 한 나라만 여행할 계획이라면 그 사람은 그 국가의 도시들 중 가고싶은 도시를 선정하면 된다.
동선 같은 건 일단 재쳐두고, 이미 생각해놓은 하고 싶은 것들을 바탕으로 순수하게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나라는 모조리 적는다.
모조리 빠짐없이 적으면서 행복한 상상을 한다.
내가 가고 싶은 국가는 대략 이 정도이다.
난 종이에 적는 걸 좋아해서 종이에 적었다. 그리고 구별이 편하도록 대륙별로 적었다.
사실 중남미나 아프리카를 가게 될 경우, 장기간으로 그 대륙 내 많은 나라들을 돌고 싶은 생각이 크다.
하기야 여행하다 보면 또 모른다. 인도에 갔을 때, 바라나시라는 도시가 너무 좋아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그곳에만 일주일 가까이 머물렀던 적이 있다. 여행 중 또 어떤 보석 같은 도시를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중남미와 아프리카는 나에게 있어 하나의 도전이다. 많은 사람들이 위험하다고들 하는 인도를 두 번이나 혼자 갔다 왔지만, 같은 동양적 문화를 공유하는 탓일까 혹은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선입견 없이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일까, 크게 무섭거나 꺼려진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왜일까, 특히나 남미에 대해선 무언가 내면적 거부감이 있다. 싫은 건 절대 아니다. 그래서 이번에 그 거부감을 깨버리고 싶다.
여행의 좋은 점들 중 하나가 아닐까. 새롭고 낯선 것에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것.
4. 국가 선택하기
그리고, 선택한 나라들 중 우선순위를 정한다.
'여기는 진짜 꼭 가야겠다'라고 생각하는 나라를 생각해보고 선정하는 거다.
그리고 지운다.
뭘?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터무니없다' 생각하는 것들을 지우면 된다.
선정 기준은 바로 위에서 짠 '얼개'다.
'이 돈으로 이 기간 동안 여행해야 하는데, 여기는 좀 힘들 것 같아' 하는 곳들을 지운다.
나는 여기까지가 정말 어려웠다.
난 다 가고 싶다. 언제 또 갈지 모르는 여행인데, 내가 원하는 곳 모조리 가버리고 싶다.
하지만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할 때, 분명 모든 곳을 갈 순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면, 내게 있어선 사실상 여행 계획 짜기 절반 이상 완료한 것이나 다름없다.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는 계획이다. 이게 계획 수립의 매력 아닐까?
5. 대략적인 동선 정하기
먼저 세계 지도를 켜본다. 그리고 내가 심사숙고 끝에 취사선택한 나라들을 표시했다.
돈이 남아도는 여행자라면 동선 같은 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가고 싶은 곳 갔다가, 다른 곳 가고 싶으면 그때그때 항공권 결제해서 가면 되니까.
하지만 내 예산은 한정되어있으므로 최소한으로 이동이 적은 동선을 생각해본다.
몽골 | 2-1. 인도 + 중앙아시아 | 유럽 | 4-1. 중남미 |
2-2. 러시아 | 4-2. 아프리카 |
정리해보자면 위 표와 같다.
여기까지, 행복 회로를 열심히 돌려가며 이상적 모습의 여행을 그려보았다.
다음 편에는 좀 더 현실적이고 세부적인 계획을 세워보려 한다.
월별 계획이라던가, 재정 계획이라던가 하는 것 들 말이다.
나의 여행까지 아직 반년이라는 시간이 남았음에도,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앞서도 몇 번 이야기했지만, 일단 즐겁기 때문이다.
막 닥쳐서 계획 짜려하면 그것만큼 귀찮고 성가신 일 또한 계획 세우기다.
그래서 미리미리 그 행복감을 음미하며 여유롭게 조금씩 생각해보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도 엄연히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뭐 어떻게 보면 나는 내 여행을 이미 시작한 것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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