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
2017년 1월 22일 일
밤에 자꾸 잠을 설친다.
외롭고, 무섭다.
집 가고 싶다.
벌써 이러면 어쩌자는 거야..
아직 오분의 일 밖에 안 지났는데..
근데 자꾸 무섭과 외로운 걸 어째..
아직 빡센 일정이 없어서 그렇겠지?
그래, 내일부턴 괜찮아질 거야.
자자. 두 시간 푹 자고 일어나자.
기상.
아침 간단하게 먹고 와서
머리 감고, 여행 루트 확실히 하고,
짐 정리하고, 시간이 되면 트리운드도 가야겠다.
화창한 날씨가 미쳐 날뛴다.
아, 진짜로 여기 눌러살고 싶다.
언제 그랬냐는 듯 새벽의 두려움과 외로움 그 외 모든 부정적 감정들을 모두 날려주는 아름다운 날씨이다.
다람살라는 휴양지로 결정.
왼쪽으론 설산의 웅장함과 오른쪽으론 다람살라의 소박함.
은은한 산들바람에 실려오는 풀냄새.
따스한 햇살.
11도. 춥지도 덥지도 않은 완벽한 날씨.
개 짖는 소리, 아이들 뛰놀며 지르는 소리, 저 멀리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악기 소리와 노랫소리.
모든 게 완벽하다.
그냥 앉아있는 것만으로 엄청난 힐링이 된다.
오늘 무슨 축제날인가?
아니면, 그냥 일요일마다 이런 분위기인 건가?
피리소리, 타악기 소리가 여기저기서 전해져 내 귓속에서 버무려진다.
평온한 데다가 덤으로, 흥겹기까지.
'라이프 오브 파이' 영화로 널리 알려진 '파이 이야기' 책을 읽어본 사람은 한 번쯤 인도 여행을 꿈꾸지 않을까.
돈이 궁한 서양 예술가들이 물가가 싼 인도 휴양지에서 장기간 머물며 영감을 얻어갔다는 일화는 정말 많이 들었다.
여기 설산 아래 이렇게 앉아있으니 나도 당장이라도 소설 한 편 뚝딱 쓸 수 있을 것만 같다.
쮸쮸쭈 하니 얼른 나가더라.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없다. 평화롭다.
오늘도 잉여다.
해피해피한 잉여.
하기야, 이 날씨에 이 풍경이면 나도 다람살라 개님 하고 싶다.
개님들처럼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다.
트리운드도 포기.
마냥 앉아있기만 할 순 없기에 여행 계획을 구체화하기로 결정.
여행책과 일정표, 지도를 꺼내 든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그게 계획 짜기의 진짜 즐거움이다.
삼일 만에 머리도 감았다.
샤워는 욕실 여건상(..) 도저히 못하겠어..
그 정도냐고?
그 정도다.
근데, 모든 게 완벽할 순 없다.
이정도 가격에 이정도 경치라면, 이정도 더러움은 감내 해야하는 거다.
암, 그렇고 말고.
오늘은 정말 계획만 짰다.
저녁으로 신라면 한 개 반.
마날리에 숙소도 어디 갈지 대충 잡아놨다.
일찍 자자. 내일 일찍 출발해야 하니까.
심심해서 돈 계산도 해봤다.
몰라, 내가 계산을 잘못했겠지...? 그렇겠지...??
내 최종 여행 계획안.
스님이 추천해주신 코스를 토대로 내 나름의 동선을 짰다.
내일 오전 8시에 마날리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아침 일찍 일어나 호다닥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미리 짐 싸는 연습을 한번 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이곳은 인도라는 걸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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