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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記 :: 18년 사가

일본 사가 여행 첫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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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20일 ~ 26일

 

6박 7일간의 일본 사가 여행기

 


 

2018년 6월 20일


10:20am

무사히 도착했다.

인천에서 사가 공항으로 한 번에 오는 비행기를 탔다.

 

자다가 착륙 직전에 깨서 몇 가지 생각을 했다.

"집들이 작게 보인다"

"우리나라완 다르게 시골집들의 지붕이 갈색 톤이다"

"저게 말로만 듣던 신칸센인가"

"구름이 많이 꼈네. 비는 안 왔으면"

"진짜 작은 도시이구나"

"아, 비 오네"

"깨끗하다. 정말 너무 깨끗한데?"

 

 

11:11am

판초를 뒤집어쓰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첫 만남부터 흩뿌리는 비로 날 반기는 일본

 

일본 여행은 처음이다.

사실 어렸을 때 가족들과 패키지로 온 적이 있긴 한데,

길거리에 자판기가 엄청 많았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그냥 처음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일본은 신호등 속 주인공이 중절모를 쓰고있다

 

일본에 처음 오는 내겐 모든 게 낯설다.

다행히 기분 나쁜 낯섦은 아니다.

 

고목과 한 나무의 밑동이 오래된 티를 낸다

솔직히 말하면 평소에 일본을 썩 좋아하진 않는다.

그들이 우리 한국과 얽힌 역사에 관해 보이는 태도나

원자력 발전소를 가지고 부리는 행태 등을 보면 

사실 좋아하려야 좋아할 수가 없었다.

 

- 선생님 저 사람 누구에요?

그런데 왜  굳이 일본엘 왔을까?

시간과 돈이 조금씩 남아있었다.

여행을 가고 싶어서

스카이스캐너로 목적지를 설정하지 않고 싼 가격순으로 항공권을 검색했다.

가장 저렴한 항공권이 사가행 항공권이었다.

 

그래서 썩 내키지 않는 일본엘 왔다.

 

플랫폼에서 가지런히 열차를 기다리는 현지인들

아직은 별 일 없다.

평소의 여행과 같이 잘 도착했다.

편의점에서 간단히 먹었더니 배도 찼고 피곤함이 몰려온다.

 

 

사실 별 생각 없이 정한 목적지라

정보 수집은 전혀 하지 않은 채로 왔다.

사가는 일본 규슈 섬에 있는

소도시들 중 하나이다.

정도만 알고 왔다.

 

숙소로 향하는 중간중간 보이는 수로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가 안엔 정말 많은 수로가 있다더라.

옛날부터 있었던 수로를 유지한 채 현대화된 도시라고.

꽤 운치가 있다.

 


내가 사가에서 6박 동안 머물 숙소는 게스트하우스 하가쿠레.

사가에 있는 유일한 게스트하우스이길래 고민 없이 선택했다.

이것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는데

여행객들에게 꽤 인기가 많은 숙소였다.

운이 좋다.

 

사가 역에서 여유롭게 걸으면 10분 정도 걸린다. 가깝다.

 

가격은 도미토리 기준 하루 3,500엔으로

크게 부담스런 가격은 아니다.

 

 

체크인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한지라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당연히 일본 직원이 맞이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서양인으로 보이는 분이 날 맞이했다.

직원이란다.

프랑스인이고, 불어로 뭐라 뭐라 이름을 알려줬는데

어렵다는 표정을 지으니

'산짱'이라고 부르란다.

다들 그렇게 부른다고.

점심시간이라 일본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아직 체크인 시간이 안 돼

짐만 맡겨두고 나간다고 하니

수작업으로 만든 지도 하나를 줬다.

의외로 한국어로 된 지도였다.

근처 음식점이나 관광 포인트들을 찝어둔 지도였다.

 

내부 카운터 모습. 보이는 팜플렛들은 모두 사가 여행 팜플렛이나, 대부분 일본어이다.

사진이 좀 어둡게 나왔는데 실제로 저렇게 어두침침한 분위기는 절대 아니다.

작지만 아담하고 꽉꽉 차있는 느낌이다.

술을 즐겨먹는 나에겐 고맙게도 1층에 카운터 겸 소박한 바가 보인다.

일본 전통 증류주들과 사케들을 나쁘지 않은 가격에 판매한다.

종류가 꽤 많길래

여기에 머무는 동안 종류별로 다 마셔보는 걸 목표로 잡았다.


늦게 도착하진 않았지만 날씨가 좋지도 않고 귀찮기도 해서

큰 기대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근처로 나갔다.

아까 편의점에서 때운게 성에 안 찼나,

배가 너무 고파 뭐라도 먹어야겠다 싶었다.

 

1:33pm

한참 서성이다 결국 역 근처 사람 몇 명 있는 라멘집 들어왔다.

인도에 갔을때도

음식점을 고르는 기준은

'현지인이 많이 있냐 없냐'였다.

 

관광객은 나뿐인 것 같다.

들어가자마자 확 풍기는 고기 육수 냄새.

티켓을 뽑아 할머니께 건넨다.

하이! 하는 날카로운 목소리.

 

 

기냥 그럭저럭 먹을만한 계란 라멘이었다.

육수가 정말 짙은 맛이다.

 

 

먹고 나와서 그냥 목적지 없이

골목골목 걸었다.

 

한국과 느낌이 비슷한 골목길

다행히 비가 그쳤고

파란 하늘도 조금씩 보인다.

 


5시쯤 하가쿠레로 돌아왔다.

 

웬 방송국에서 온 것 같은 포스의 사람들이 두어 명 진을 치고 있다.

 

서양 직원분이 통역을 해준다.

지역 방송국인 사가 TV에서

사가 유일 게스트하우스인 하가쿠레를 취재하러 나왔단다.

마침 내가 도착해

손님인 나를 인터뷰해도 괜찮겠냐고 묻는다.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고

재미있는 추억이 될 것 같아

흔쾌히 수락했다.

인터뷰는 일본어로 진행되지만

질문은 서양 직원분께서 통역을 해주시고

난 영어로 답을 하면 된다.

 

"사가엔 왜 오셨나요?"

사실대로 대답한다.

"가장 저렴한 항공권이 사가였다."

 

"왜 하가쿠레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하셨나요?"

"평소 호스텔에 머무는 걸 좋아한다.

사가에 있는 유일한 호스텔이라 여기를 골랐다."

 

"하가쿠레의 좋은 점?"

이건 MSG를 좀 친다.

"사실 오늘 이제 막 도착해서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직원들도 친절하시고 분위기도 좋고 방도 깔끔한 것 같다.

무엇보다 도시 자체가 너무 마음에 든다."

 

등등,

대략 이런 식으로 짧게 진행됐다.

 

재미난 추억 하나 추가했다.

누가 지역 방송국 인터뷰를 해볼까.

 

나도 방송을 볼 수 있냐 물었다.

7월 둘째 주쯤 방송될 텐데,

사가티비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단다.

꼭 봐야지 마음먹는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에 띈다.

일본 전통 놀이기구

길쭉한 손잡이 부분을 잡고 공을 던져서

움푹 파인 곳에 착지시키는 놀이다.

나중에 직원들과 친해진 뒤 몇 번 했는데

생각보다 승부욕을 불타게 한다.

보다시피 게스트하우스가 아기자기해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2층 홀에 있는 칠판

누구든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는 칠판에 한글이 정말 많이 보인다.

 

테이블 위엔 방명록도 놓여있었다

방명록 또한 누구든 적을 수 있도록 펜과 색연필이 함께 놓여있다.

한국인들이 적어놓은 꿀 같은 정보들로 가득 차있었다.

이런 수작업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하나하나가 뭔가 감성을 자극한다.

 

침대는 좀 좁다.

나에겐 그냥 딱 적당히 아늑한 수준이었다.

머리맏엔 미니 선풍기와 귀마개가 구비되어있다.

귀엽다.

발쪽 수납공간엔 침대 만들어 사용하는 법이 설명된 종이가 붙어있었다.

이것도 귀엽다.


 

침대 옆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 무슨 꼬치집이랬는데 가보진 않았다.

너무 노곤해 7시쯤 짐을 풀고 일찍 자리에 누웠다.

술은 내일부터 마셔야지.

 

사실 별 계획 없이 온 여행이라 목적성 자체를 두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이 편하다.

유럽의 도시들처럼 관광지가 잔뜩 있지도 않고 

날씨도 꾸리리 해서 뭔가를 하겠다는 마음도 들지 않는다.

내일은 비가 오지 않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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