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0일 ~ 26일
6박 7일간의 일본 사가 여행기
2018년 6월 24일
2:03pm
정말 땡잡은 날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연꽃밭을 발견하다니.
여유롭게 셔터를 눌러대며
되는대로 돌아다녔다.
이제 사가 성에 가보기로 한다.
오늘은 날이 꽤 덥다.
땀이 줄줄 흐른다.
사가의 구 시가지라고 하는 게 맞을까?
사가 성 근처의 정경들은
정말 낡았지만 깔끔하고
아담하며 소박하다.
이미 시간이 오후 3시를 향해간다.
미술관도 들를까 했지만
시간 관계상 생략.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사가 성 입성을 방해하려 유혹하는
모든 것들을 제치고
사가 성에 도착한다.
고맙게도 입장료는 무료다.
관광객이 꽤 있나부다.
자전거가 많이 보인다.
하나같이 낡아 녹이 슨 자전거들.
우선 흔히 우리가 성이라고 생각하는
성벽이 있다.
바로 이런 성벽.
이런 성벽 안으로 들어가면
진짜 '성'이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궁'.
왼쪽이 사가 성벽의 정문,
그러니까 광화문 정도로 생각하면 되고,
오른쪽이 '사가 성'으로,
광화문과 궁성 안으로 있는
경복궁을 생각하면 된다.
내부엔 크게 볼 게 없다.
내가 일본 문화에
크게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기에
하나도 모르니
자연스레 흥미도 떨어진다.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음식 반입 불가
내부 시설 촬영 불가
신발은 벗고 입장
등.
내가 딱 입장하니
타이밍 좋게 연극 비스무리한걸 한다.
당연히 무료다.
한 30분 정도 한 것 같은데
일본말을 모르니 당최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고
다들 가만히 않아있으니
나 혼자 벌떡 일어나 나가기도 뭐해
그냥 조용히 관람한다.
대충의 내용은
사무라이와 그 비서들?
그들의 브로맨스인 듯.
연기를 야무지게 잘한다는 생각을 한다.
오디오 가이드에 한국어가 지원된다고 들었는데,
난 굳이 듣진 않고
한번 쓱 훑어보고 나왔다.
성벽이 정말 운치 있다.
17세기에 지은 것이라고.
성벽은 보존이 꽤 잘 돼 있는 듯싶다.
성벽 사이로 얼굴을 내민 꽃.
잎은 토끼풀 모양인데
꽃은 우리가 아는 토끼풀꽃과 다르다.
어렸을 때 생각이 문득 난다.
수락산이 바로 집 앞이라
주말마다 수락산에 갔더랬다.
엄마 아빠가 풀 나무 꽃 이름을 많이 알려줬다.
덕분에 나도 자연스레 식물 박사가 되었다.
한 번은 유치원에서 어떤 산으로
생태 학습을 간 적이 있었다.
내가 풀이름을 하도 많이 아니
선생님들이 놀라시던 표정이
아직까지 아른거린다.
일본의 처마는
한국의 처마보다 약간 더 각지다.
그래서 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사실 나라별 처마의 각도에도
과학이 숨어있다.
적도 근처로 갈수록 태양이 더 높이 뜬다.
따라서 겨울에 빛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적도 근처로 갈수록
처마가 치켜올려진 형태를 띤다.
라고 쓰인 책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규슈가 한국보다
훨씬 남쪽에 있다.
책의 논리대로라면
일본의 처마가 한국의 처마보다
더 역동적으로 설계되었어야 하는데
그 반대이다.
그냥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성벽에 올라 내려다본 사가.
시내라 하기도 민망한,
읍내?
그래도 작은 맛이 있다.
전체적으로 성이라기보단
뜰 정도의 아담한 느낌이 강하다.
일본의 다른 성들도 이런 걸까?
듬성듬성 비어있는 성벽들을 보면
어딘가 불편하다.
반면 그 틈들을 메우고 있는
작은 돌들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이 성벽을 짓게 하려고
얼마나 많은 빈자들이 동원되었을까.
성벽 위로 보이는 사가 성의 지붕.
그리고 틈 하나 안 보이게
야무지게 메워진 성벽.
성벽의 돌들 밑부분에
사다리꼴의 문양들은 대체 뭘까?
무언가로 들어 올린 흔적인가.
그리고 어떤 담장.
꼭 덕수궁 담을 보는 것 같아 찍었다.
물론 덕수궁 담이 훨씬 높지만
그 길의 느낌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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