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0일 ~ 26일
6박 7일간의 일본 사가 여행기
2018년 6월 23일
그렇게 밤을 새 놀고
새벽에 숙소로 어기적 어기적 들어갔다.
대충 씻고 눕자마자 곯아 떨어졌다.
숙소 퇴실 시간이 11시였는데
미련하게도 우리 셋 모두 11시가 넘어서 깼다.
덕분에 1,000엔씩 범칙금을 내야했다.
사전에 범칙금이 있다고 말해줬다면
덜 억울했을텐데.
1,000엔이면
무려 규동 2그릇이라고.
후쿠오카에서 오후 5시 버스를 타고 사가로 돌아왔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음에도
버스에서 크게 피곤하지가 않다.
그냥 창 밖을 멍하니 지켜본다.
일본은 한국과 정말 비슷하다.
논, 밭, 농사 기계, 마을.
유럽에선 신기했던 점이
논이 없다는 것과
지평선이 보이는 지역이 있다는 것.
그래서인가 유럽에선
저가항공이 더 저렴한 경우가 있었음에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되도록 기차를 타려고 했다.
창 밖을 바라보기만해도
한국에선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으니까.
7시쯤 하가쿠레에 도착했다.
씻는데 이런 생각이 든다.
'밤 새 서울서 놀고
첫 차 타고 집에 도착해 샤워할 때
이런 기분이었지.'
여행온 것 같지가 않다.
좋은 의미로 말이다.
간소한 저녁이다.
바에 와 앉으니 말하지도 않았는데
엊그제 먹다 남은 통조림을 데운 뒤 웃으며 내민다.
첫째 잔은 무난하게 우메슈로 정했다.
엊그제와는 다른 종류의 우메슈이다.
맛은 똑같다.
소믈리에라면 차이점을 느꼈겠지만
아쉽게도 난 막입이다.
10:29pm
두번째 잔, 류유지스.
처음 마셔보는 사케.
뭐랄까, 어제 마신 일본 소주에 물 탄 맛.
맹맹한데 향은 짙은.
사각형 나무 컵에 유리 잔을 넣고,
유리 잔에 넘쳐 나무 컵에 절반정도 찰 만큼 사케를 따른다.
유리 잔에 든 사케를 다 마신 후
나무 컵에 담긴 사케를 유리 잔에 다시 따라 마신다.
일본의 전통 술 마시는 법이란다.
나무 잔의 위생이 아주 약간 신경쓰이지만
그냥 전통을 따른다.
이후에 구글링해보니
어렵지 않게 나무 컵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히노끼'라는 원목으로 만든 잔이란다.
그렇군.
엊그젠 게스트하우스 매니져인 레이만 남아있었다.
오늘은 프랑스인 직원인 산짱도 남아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먼저 호칭부터 정리한다.
일본에서 친한 친구들끼리 '짱'을 붙어 부른다는 건 알고있지만,
'산짱'이라고 부르는 건 뭔가 거북하다, 뭔가.
이름의 불어 발음 말고 영어 발음으로 부르기로한다.
'산드린'이다.
유럽에 두 번 갔는데 파리가 최애 도시였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산드린이 일본에 온 이유,
하가쿠레에 자주 오는 한국 손님들에 대한 인상,
등등.
한국 손님이 하도 많이 와서
자연스래 한국 문화에 관심이 생겼단다.
어찌어찌하다 우리는 즉석에서 언어 교환을 한다.
11:07pm
세번째 잔, manrei nozomi.
아까 마신 류유지스와 향은 비슷한데
맛이 훨씬 달다.
단 술을 그닥 선호하지 않는 나에겐
그냥 그런 술이다.
그래도 향은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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