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가 여행 여섯째 날 - 돈키호테

일본 사가 여행 다섯째 날 (4) - 사가 현청과 야경

2018년 6월 20일 ~ 26일

6박 7일간의 일본 사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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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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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술도 마셨겠다

11시가 넘어서야 어기적 일어난다.

 

어제 오신 한국 아주머니는

이미 나가고 안 계신다.

하기야 여행 와서 그게 정상이긴 하다.

얼른 나가서 돌아다니는 것.

 

만면 나는

오늘도 '역시' 계획이 없다.

내일 오후 출국이니,

사실상 오늘이 이 곳 사가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인 셈이다.

오늘은 정말 하루 종일 쉬어야겠다.

 

어제 아에온 가서 산 컵라면.

간장 우동 맛?

꽤 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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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뒹굴거리며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사가 돈키호테'라는 걸 발견한다.

할인 대형 마트인데,

일본 제품들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단다.

 

딱히 살 건 없지만

가족과 지인들 선물이나 살 겸

한번 둘러보고 오기로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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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기 직전,

산드린이 나에게 오늘 일찍 들어올 거냐 묻는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 밤에 '오꼬노미야끼 파티'를 할 건데

함께했으면 좋겠단다.

감개무량이다.

기분 좋게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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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챙기긴 챙겼는데

어제 신물이 나도록 셔터를 눌러댄 탓에

오늘은 그닥 마구 사용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사가에서 마지막으로 찍은 야외 풍경이

바로 이 사진이다.

뭐 대단한 사진은 아니지만.

 

사가는 자전거를 탈 환경이

정말 잘 조성되어있다.

자전거 도로가 어딜 가든 있다.

부럽다.

 

돈키호테는 사가 역 기준으로

북쪽으로 쭉 달리면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하가쿠레에서 자전거로 여유롭게 20분가량 걸린다.

 

2층짜리 다이소 같은 느낌이다.

사람이 생각보다 꽤 많다.

어디 갔나 했더니

다 여기 와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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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본에 간다는 걸 아는 친구 한 명이

'휴족시간'이란 걸 부탁했다.

사진을 보내주었길래

그 사진을 보고 똑같은 걸 골랐다

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휴족'시간'이 아니라 휴족'미인'을 산 것.

휴족시간이 뭔지도 모르는 나는

그냥 겉 포장을 보고 골랐고

한자는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ㅋㅋㅋ

다행히 친구는

어이없어하는 동시에 재미있어했다.

 

나중에야 검색해보니

가성비가 훨씬 좋아 싼 맛에 쓸 만하다고 한다.

아니, 못 쓸 정도는 아니라고.

 

설정샷1 with iPhone

여담으로

난 복숭아를 정말 좋아한다.

일 년 내내 복숭아 철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런 내게 일본은 천국이었다.

복숭아 천국.

복숭아 맛 물, 복숭아 맛 사탕,

복숭아 술, 복숭아 맛 곤약젤리.

그래서 복숭아 맛 곤약젤리는

내가 먹을 건 아니더라도

일단 종류별로 다 샀다.

 

설정샷2 with Nikon

다 합쳐서 약 삼천 엔 나왔다.

 

아무튼,

 

술 좋아하는 친구들에겐 우메슈

담배 피우는 친구에겐 사탕

어리숙한 친구에겐 불량식품

손을 가만히 놔두질 않는 친구에겐 장난감

피부 안 좋은 친구에겐 클렌징 폼

가족들 소고기 찍어 먹으라고 생와사비

 

나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하나하나에 각각 의미를 담아 선택했다.

불량식품을 받은 사람이

내가 그 선물에 담은 의미를 파악한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친구가 아닐까

라고 정신 승리하며.

개중에는 내가 일본에 온 걸 모르는 친구들도 있다.

사가는 게 어디냐고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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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파 라면을 끓인다.

'점저'다.

일본에 파는 짭퉁 짜파게티.

 

밤에 오꼬노미야끼를 먹는다 하였으니

일단 라면 하나로 만족.

 

사가, 라면만 먹다 갑니다.

점저를 해치우고

사가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기러

1층으로 내려간다.

거창하게 즐길 필요 없다.

하가쿠레 바로 충분하니깐.

후후

 

사진에 술 뒤 배경처럼 세워진 나무 판이 보이는가?

9:42pm

사케는 맛이 다 엇비슷한 것 같다.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맛 차이가 미묘한 것과 마찬가지로.

애주가들이나 예민한 사람들은 구별할 수 있겠지?

 

참고로 저 뒤판은

내가 한잔 마실 때마다 사진을 찍어대니

'사진 찍을 거지? 배경 만들어줄게'

하며 산드린이 놓아준 도마다.

 

파티 준비 중

평소엔 나 혼자이거나

끽해야 두세 명인데,

오늘따라 좁은 카운터가 북적인다.

 

오꼬노미야끼 파티를 한다고

현지인도 몇 왔고

처음 보는 스텝도 한 명 왔고

무엇보다 한국인이 한명 더 왔다.

처음 오셨을 때 일본어를 너무 잘해

현지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한민족이었다.

 

어찌어찌 자리를 같이 하게 된 우리 한국인 셋은

한잔씩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다들 날 신기해한다.

나이도 어린데

여행을 많이 다녔다는 것,

더군다나 대부분 혼자,

그리고 입대를 이 주일 앞두고

홀로 여행을 왔다는 점이

그들에게 호기심을 주었나 보다.

 

여행 다니며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말이 잘 통한다.

일단 여행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에겐 공통 관심사이자 화제이다.

더군다나 순도 100%짜리 우연으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이기까지 했으니.

 

마지막 술, 사가 맥주

 하지만 여행에서 만난 인연은

언제나 얇다.

대부분은 얇고 짧다.

어쩌다 한번, 얇고 길게 가기도 한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한두 번 만난다거나,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다거나.

 

얇다고 나쁜 건 절대 아니다.

그 순간만큼은 함께이기에

외롭지 않고 즐거우니

그 순간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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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꼬노미야끼는

놀랍게도 볶음 양배추 맛이었다.

 

볶음 양배추 맛 오꼬노미야끼와,

숙성 보리 맛 사가 맥주와,

즐거운 대화들과 함께

흥겨운 파티 분위기 속에서

사가의 마자막 날도 저물었다.

 

 

사가 여행 마지막 날, 그리고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