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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수능시험과 교육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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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수능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원래 같았으면 저저번주 목요일에 봤었어야 하는데 수능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사회의 근간을 쥐고 흔들어대며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 코로나녀석 때문에 올해는 수능이 이주일이나 밀렸다. 수험생들은 얼마나 힘들까. 2주란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수능 직전이라면 영겁의 시간에 가깝다.

 

작년에 쓴 일기들을 보다가 작년 수능 직전에 써놓은 일기를 발견했다. 수능에 관한 글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항상 막연히 불만 갖고 있던 것, 바로 교육이다. (난 원래 비단 교육 뿐 아니라 다양한 것들에 불만이 많다. 커가면서 회색지대가 넓어졌지만 그래도 한번 아니꼬운 건 끝까지 아니꼽다. 그리고 교육은 그들 중 정점에 서있다.)

그때는 단순히 그냥 하기가 죽도록 싫었다. 또 내가 그 시스템 속에 들어가 있으니 당연히 안 좋은 점만 보였을 거다. 원래 내 밥그륵이 작아 보이는 법이니까.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혐오스러웠다. '세상은 이토록 신기한 것들로 가득 차 있는데 난 여기서 그저 이렇게 암기만 해야한다고?' 뭐 대충 그런 거였다.

 

우리나라는 입시교육 자체부터 개인의 비판적 생각이 커지는 것을 방해한다. 수능 하나로 대학이 결정되고 그 대학이 사회적 평판의 지대한 영향을 미치니 학생들은 자연히 수능에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수능은 학생을 창의적 방향으로 이끌지 않는다. 개인의 주관적 느낌을 배제한 틀에 박한 내용을 토대로, 문제풀이와 답을 도출하는데만 혈안이 되게 한다. 수능에 대한 대안이랍시고 제시된 학종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정해진 틀 안에서 작용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꽤 오래전부터 꾸준히 '교육 개혁'이랍시고 정수시비율을 조정하고 문이과를 통합하는 등 보여주기 식 조치를 취하는데 내가 볼 때 이러한 것들은 피상적 수치 조정에 불과하다. 조국 사태로 교육의 허점, 입시제도의 싱크홀들이 까발려졌지만 어째 근본적 문제점을 해결해보려는 시도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그 시작은 학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생각할때 우선 학교가 바뀌어야 한다. 학교가 바뀌려면 선생님이 바뀌어야 한다. '공무원으로서 안정적 직업'인 선생님이 아니라 정말 사명감을 갖고 지식을 전달해주는 매개자의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선생님들을 배출하는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 (지금 일하고 계신 모든 선생님들이 모두 공무원으로서 안정적 직업을 원해 선생님이 되었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이건 사회의 전반적인 풍토의 문제인 것 같다. 이건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 수십년의 시간을 거치며 고착화된 풍토를 바꾸어낼 수는 있는 걸까?

 

아이들이 세계의 모습에 경의를 느낄 수 있게 유도하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가르친다면 학생들은 달라질 것이다. 관료제에 억압받지 않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학생들이 커 이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날이면 그제야 진짜 '교육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자연스럽게 학벌주의와 능력주의, 엘리트주의도 서서히 희미해질테고, '수능 시험'도 바뀌겠지.

 

프랑스의 바깔로레아가 너무 부럽다. 물론 그곳에도 우러처럼 뭔가 공식화된 정답이 존재할 것이다. 그래도 일단은 철학, 역사, 예술, 경제 등 인문학적 가치들의 중요성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게 되니까 난 그게 너무 부럽다. 모두가 잘 알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전문분야 이외에도 이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에 대해 알고 깨우치고 생각하고 나아가 타인과 그에 소통하며 토론했으면 좋겠다.

너무 지나친 희망인 걸까.


이 글은 분명 신문사에, 아니 대학신문에 기고하기에도 턱없이 하찮은 논리의, 10분만에 의식의 흐름대로 끄적인 글이다.

 

정말 꿈만 같은 이야기이다.

학교가 바뀌려면 -> 선생님이 바뀌어야 하고, 선생님이 바뀌려면 -> 사회가 바뀌여아하고 , 사회가 바뀌려면 -> 학생들의 마음가짐이 바뀌어야하고 -> 학생들의 마음가짐이 바뀌려면 -> 학교가 바뀌어야 한다. 무한 반복이다.

말도 안 되는 꿈에 젖은 철없는 이야기 같다. 그냥 전에 쓴 일기들을 읽다가 보여서 옮겨봤다.

 

왜 대학에 오기 전까지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세상엔 훨씬 더 다양한 가능성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누구도 이야기해주지 않았을까. 이야기해주었는데도 그때는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걸까? 지금이라도 알아차렸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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