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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달만에 키보드를 두드려본다.

 

 

주린이·요린이···어린이를 왜 초보라는 뜻으로 쓰시나요

주린이, 헬린이, 골린이….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주식·헬스·골프 등 각종 분야 이름과 어린이를 합...

news.khan.co.kr

남자들 사이에서 헬린이라는 단어는 정말 자주 쓰인다. '헬린이'의 의미가 '헬스 초보'인 건 알고 있었지만 헬스 + 어린이 이 두 단어의 합성어인 것은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냥 자연스레 의미를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가 갑자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왔고 그제서야 난 그 의미와 어원(?)을 되새겨 보았다.

 

위 기사에도 나와있듯이 이러한 단어들은 어린이를 어떤 것에 초보이거나 미숙한 존재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위 글을 읽으며 '이렇게까지 불편함을 느낀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잠시동안만 생각해보니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했다. 이 단어의 사용으로 누군가는 불쾌함을 느낄 수 있다. 사람마다 어떠한 사실이나 현상에 대해 불쾌함을 느끼기 시작하는 기준 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초보자의 미숙함을 어린이에 빗대는 건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표현”이라고 누군가는 생각했단다. 아쉽게도 나는 이에는 동의할 수 없다. 내가 아는 '헬린이'는 '헬스 초보'에 대한 혐오를 들어내는 표현이 아니다. 오히려 귀여움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우리가 헬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어디에선가 어린이에 대한 차별이 생길까? '보편적 상식 수준'에서 그럴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동의할 수는 없어도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도 말했듯 불쾌함에 대한 기준선은 다양하다.

 

생각해보면 어린 아이들은 끊임없이 무엇인가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고 배워나가며 성장한다. '헬린이'란 단어도 어린이의 '미숙함'보다는 '성장 가능성'에 초첨을 맞추어 받아들이면 어떨까? 혹은 이미 이 단어를 처음 고안해낸 사람도 그러한 생각으로 이 단어를 말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언어는 역사성과 사회성을 갖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의미가 변화하고 그 시대를 반영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유기적인 존재인 것이다. 어린이의 사전적 의미만으로 'O린이'라는 단어들을 비판하려는 것은 지금의 사회상을 반영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누군가가 불쾌함을 느낀다면 이미 보편성을 띄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이 단어들을 사용하면 안되는 것일까?

사용해도 된다면, 그 사람들이 느끼는 불쾌함은 무시되는 것인가?

나는 왼손잡이이다. 대부분의 가위는 오른손잡이가 사용하기 편하도록 제작되어있다. 이것은 왼손잡이들에 대한, 그리고 나에 대한 차별인가?

차별이라면, 그리고 내가 이것을 차별이라고 느낀다면, 나는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의 평등을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하는 것일까?

인간 대다수가 오른손잡이이므로 많은 것들이 오른손잡이용 도구들이 대다수인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며 차별이 아닌 것인가?

차별 혹은 불쾌함이라는 것에 대해 얼마나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나는 '다르다'는 의미를 '틀리다'는 표현을 통해 말하는 것을 싫어한다. 정말 너무 싫어해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꼭 정정해주고 다음부턴 '다르다'고 하라고 말한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의미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데 나처럼 일부 불편한 사람들 때문에 그들이 '틀리다'는 말을 사용하면 안되는 것일까?

내가 그들의 언어 사용을 정정해주는 것도 '다름'을 '틀린'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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