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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記 :: 20년 제주

제주도 여행기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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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8일부터 9월 28일까지, 9주 동안 제주도에 내려가 있었다. 그냥 내려가 있기만 했으면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었겠지만 (사실 원래는 그럴 예정이었지만), 놀았다. 63일이란 시간동안 쉴틈없이 꽉꽉 채워서 알차게 놀았다. 노는  블로그  쓰는 것보다 우선이었다. 블로그 글은 육지(라고 제주 사람들은 부르더라. 그래서 나도 어느 순간부턴가 이렇게 부르게 되었다…) 올라가서 쓰면 되고, 제주도에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있으니 당연하다.

 

 그리고 9월 28일, 육체는 육지로 돌아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정신은 육체와 함께 하기를 거부하고 한동안이나 제주도에 남아있었다. 그 바람에 그 ‘한동안’동안 나는 제주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허우적댔다. 그렇게 한달을 빈둥대며 추억을 회상하며 보내다가 10월이 끝나가고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할 무렵부터 슬슬 정신이 들었다. 이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구나, 내년엔 3년만에 학교도 다녀야 하고 계획하던 복수전공도 준비해야하고 이제 올해도 두 달밖엔 남지 않았고…

 

 그래서 11월부터 다시 규칙적인 삶으로 뛰어들었다. 올해 상반기처럼. 제주로 인해 끊겼던 새벽 달리기와 프랑스어 공부를 다시시작했으며 복수전공 준비를 위한 학원도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스스로 만든) 챗바퀴 속에서 한달이 흘렀다. 그제서야 챗바퀴의 속도에 적응이 되었고 심적인 여유도 생겼다.

 

 그래서 4달만에 이렇게 글을 다시 쓴다. 제주도 2달, 제주도 회상 1달, 챗바퀴 1달.

 

 서론이 엄청나게 길었다.

 

 돌아와서, 제주도에서 9주동안 무엇을 하고 놀았느냐?

 

 제주도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텝으로 일했다. 일을 하긴 했지만 사실상 스텝이라기 보단 여행자에 가까웠다. 게스트하우스일 조금 도와주고 숙식 제공받는 장기 투숙객 느낌이었다. 제주도에서 새로이 만난 사람들과 놀았고, 제주도에서 새로이 만난, 나에게 그 전과는 다르게 다가온 바다와 놀았다. 백록담도 2번이나 올랐고 맑은 날이면 매일같이 노을을 보고 별을 보았다. 술도 엄청나게 마셔댔다.

 

 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 정말 재미있게 놀았다. 말해 입만 아프다.

 

 앞으로 틈틈이 제주도 관련 글을 써봐야겠다. 내 일기에 가깝게 써질 것 같긴 하다. 일기 느낌이라도 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잡소리 모음집이나 두서없는 추억팔이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그래도 내 추억팔이를 재미있게 읽어줄 사람이 한명은 있지 않을까? 부질 없는 기대감과 함께 글 마친다.

 

월정에서 김녕 넘어가는 길, 노을빛을 받은 강아지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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