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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역사책

역사 책 추천 : 인류사 입문서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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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고 싶은 역사책은 정말 많은데 글을 쓰기가 쉽지가 않다. 글을 쓰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할 책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다. 

 

일단 이 말부터 하고 시작하겠다. 만약 본인이 역사에 관심이 있는데 아직 이 책을 안 읽었다면 당장 도서관으로 달려가라. 역사에 관심은 딱히 없는데 앞으로 관심 좀 가져보고 싶거나 혹은 표지가 멋들어지고 꽤나 두꺼우며 상당히 지적이여보이는데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한 '카페에 들고 갈 만한 책'을 찾고 있다면 역시 당장 도서관으로 달려가라.

 

 

다음은 내가 작년(19년도) 초에 책을 읽고 썼던 독후감 중 일부이다.

 

"2주만에 후딱 읽어버렸다(사실 600여 쪽짜리 책을 2주 만에 읽은 거면 그리 빨리 읽은 건 아니지만 이 당시 나는 군생활중이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할 것 같다). 그만큼 어렵지도 난해하지도 않다. 오히려 쉽다.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지금까지 계속 세계사와 역사책을 읽어왔는데 이 책이 나에게 역사라는 분야의 지평을 저만치 넓혀주었다.'

 

 

이 책은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는 그런 역사책이 아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은 부패한 귀족층에 대한 부르주아 계층의 분노...'와 같은 역사적 사건이 나열되어있는 책이 아니란 이야기이다.

이 책은 인류의 역사를 훑는 책이다. 이를 '인류사'라고 한다. 아래 붉은색 문장을 보면 인류사가 어떠한 분야인지 대략이나마 이해가 될 것이다.

역사의 진로를 형성한 것은 세 개의 혁명이었다. 약 7만 년 전 일어난 인지혁명은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약 12,000년 전 발생한 농업혁명은 역사의 진전 속도를 빠르게 했다. 과학혁명이 시작한 것은 불과 5백 년 전이다. 이 혁명은 역사의 종말을 불러올지도 모르고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을 새로이 시작하게 할지도 모른다. 이들 세 혁명은 인간과 그 이웃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그것이 이 책의 주제다.

그리고 파란 문장이 바로 <사피엔스>를 관통하는 주제이다.

 

간단히, 정말 간단히 책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이렇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나 호모 에렉투스같은  다른 인류 종들과 별반 다를 바 없던 '호모 사피엔스'는 약 7만여 년 전 모종의 이유로 인지혁명을 겪으며 다른 homo(인류)들과 차별화되기 시작한다.

 

 - 이 책은 첫 장부터 지적 쾌감을 일으키는 번득이는 아이디어들의 연속인데, 사실 지금까지 " 인류 = 호모 사피엔스 "라고 생각했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사실 여러 인류(homo)들 중 하나였다는 것이 첫 충격적 아이디어였다.

 

이 인지혁명으로 사피엔스는 언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 덕에 우리 사피엔스는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 즉 '상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모든 종들에겐 부재한 이 능력은 우리로 하여금 대규모 협력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했다. 종교(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능력)와 언어(그 상상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능력)를 통한 과정이었다.

 

그리고 약 1만년 전 다시 한번 혁명을 거지는데 이것이 바로 농업혁명이다. 농업혁명은 너무도 많은 결과를 초래했다.

- 정말 너무 많은데 책에 설명된 그 하나하나가 정말 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개성 있는 것들이라 읽는 내내 너무 즐거웠다.

 

한 가지만 인용해보겠다. 과연 '농업혁명으로 인해 개개인(개체)이 행복해졌는가?'라는 질문이다. 우린 '농업혁명으로 생산량이 급증했고 인구수가 폭증했으며 도시가 형성되었고 잉여 생산물이 생겨 경제적 계층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라고만 배우지, 그 결과 인류가 행복해졌느냐'는 의문을 제시한 적은 없었다.

 

하라리는 과학혁명으로 인류는 어느 위치에 와 았는지 설명하고 우리 인류의 향후 방향을 질문한다. 생물학과 정보 분야의 발전으로 이미 자연의 한계를 넘기 시작한 사피엔스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는 머지않아 스스로의 욕망 자체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마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섬뜩하고 소름돋는 문구화 함께 책을 끝마친다.

 

 

유발 하라리의 3부작은 대체로 인류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렇다고 염세주의는 아니다.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가정하면서 스스로 인류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읽어보면 안다.

힘은 세지만 책임 의식은 없고, 안락함과 즐거움만 추구하면서도 만족할 줄 모른다.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불만은 많고 책임은 지지 않는 신들, 이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또 있을까?

 

역사의 발전이 인간을 더 행복하게 만들었는가? 정말 많은 질문을 던지게 하고 그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그러니 누군가 이 글을 읽고있다면 제발 읽어줬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대한민국 모두가 이 책을 읽어서 길거리에서 마주친 사람과도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유발 하라리의 3부작 중 마지막 책인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읽고 있다. <사피엔스>와 달리 후속작인 <호모 데우스>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역사 서적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역사책만 읽는 사람이라도 <사피엔스>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나머지 두 권도 자연스레 읽게 되리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호모 데우스>가 셋 중 가장 역작인 것 같다. <호모 데우스>를 읽고선 조금 과장 섞어 말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꽤나 달라졌을 정도이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정말 많이 추천하고 다녔지만 아쉽게도 실제로 읽는 사람은 한 손에 꼽는다. 

 

 

 

이렇게 조약하게나마 끄적인 글을 읽고 이 책들을 집어드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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