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역사책

역사 책 추천 : <종횡무진 서양사> - 남경태

반응형

이 책은 언젠지 아빠가 자기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면서 추천해줬다. 그때는 역사에 관심이 없을 때라 그냥 책장에 꽂아 뒀었는데 나중에 역사책을 읽기 시작하고 먼지 쌓여있는 이 책을 집어들었다.

 

책을 읽으며 '작가님께서 글을 참 정갈하게 잘 쓰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경태라는 교수님께서 쓴 책인데, 인문학 분야에서 꽤나 유명하신 분인 것 같다. 안타깝게도 2014년 별세하셨다고 한다. 이렇게 훌륭한 책으로나마 만나 뵐 수 있어서 영광이다.

 

휴머니스트 > BOOK > 저자소개 > 남경태

프로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대표적인 인문학 전문 번역가이자 저술가이다. 1980년대에는 사회과학 고전을 번역하는 데 주력했고, 1990년대부터는 인문학의 대중화에 관심을 가지고 역사와

www.humanistbooks.com

 

남경태 교수의 종횡무진 역사 시리즈 중 서양사 편으로, 2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도합 900페이지에 육박하는 책이다. <종횡무진 한국사>(전 2권), <종횡무진 동양사>도 있는데 동양사 편을 읽으려고 현재 도서관에서 빌려 놓은 상태이다. 재미있으면 또 추천 글을 써야겠다.

 

아무튼, 900이라는 숫자 덕에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읽기엔 약간 무거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고 재미있어 글씨 크기가 꽤나 작음에도(사족이긴 한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난 책을 읽을 때 글씨 크기나 서체, 자간, 여백, 종이의 재질 등에 많은 신경을 쓴다) 한번 읽기 시작한다면 아주 흡입력 있게 읽을 수 있다. 그만큼 정말 재미있다. 추천하는 글마다 다 '정말 재미있다'라고 쓰는 것 같은데,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만 추천하니까 그런 것이니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누군가 내 글들을 읽었다면...)

 

첫 번째 특징

아래는 내가 읽으며 끄적인 필기다.

 

악필이니 이해해주세요

이 그림과 글 한 장으로 이 책을 설명해낼 수 있다.

<종횡무진 서양사>는 기존의 역사책들처럼 그저 시간의 흐름대로(연대기 순) 사건들을 따라가지 않는다. 책은 위 그림처럼 '서양 문명의 중심'의 이동 방향을 쫓는다. 내가 영화 <트로이> 정리 글에도 간단히 적었듯이 서양 문명은 유럽 대륙에서 싹터서 유럽대륙에서 자라나지 않는다.

책에 의하면, 서양 문명의 씨앗은 비옥한 초승달 지역을 포함한 서남아시아지역에서 나와 크레타섬과 그리스 로마 문명권(발칸 반도와 이탈리아 반도)을 거쳐가며 그 뿌리를 내렸고 이후 중세를 거치며 무럭무럭 성장해나갔다. 흔히 중세를 '암흑기'라고 하지만 이는 단지 그 긴 세월에 비하는 역사적 기록물들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 탓에 후세에 지은 이름에 불과하고, 사실 근 천년에 달하는 시간을 거치며 유럽은 숙성되며 그 힘을 키워왔던 것이다. 이후 종교개혁, 르네상스, 대항해시대를 통해 각각 정신적, 문화적, 지리적으로 문명의 꽃을 피워냈고 그 열매가 바로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이 이 책의 골자다.

 

(당연하게도) 나는 이런 방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역사 서술의 방향이 문명의 이동 방향을 따라가다니... 그냥 역사적 사건들이 흥미로워 역사책들을 읽어왔던 것일 뿐인데, 이 책을 읽은 뒤 이렇게 새로운 견해를 알게 된 것이었다. 하기야 이건 이 책에만 국한되지 않는 독서의, 아니 지식 습득의 순수한 즐거움이다.

두 번째 특징

책의 특징 중 하나는 아래 사진처럼 (각주라고 해야 할까 부연 설명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저런 '날개 설명'이 정말 많이 실려있다는 것이다. 내가 볼 때 이 책의 정수는 저 날개 설명들에 있다. 저 부분이 가장 재미있다. 여기에서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특히나 동서양을 역사적 맥락에서 나름 객관적으로 비교해놓았다.

 

그 동서양을 비교해 설명하는 것들이 정말이지 기똥차다. 이 내용들을 읽다 보면 제레미 다이아몬드가 <총, 균, 쇠>에서 설명한 것만큼이나 근대 이후 동서양의 여러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 필연적으로 와닫는다. 

아래는 그 내용들을 정리해 놓은 것이다.

지금 읽고 있는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어서 읽고 <종횡무진 동양사>를 시작하고 싶다. 핑계일 뿐이지만 독서할 시간이 꽤나 적다. 더군다나 공책에 내용을 정리하면서 읽으니 속도가 더 더디다. 가끔은 굳이 필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나중에 다른 책을 읽다가 겹치는 내용이 있을 때 정리해놓은 내용을 찾아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가 있는지라 쉽게 포기할 수가 없다. 한번 읽으면 절대 까먹지 않는 극한의 암기력을 가졌으면 좋았겠지만 이렇게나마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