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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記 :: 17년 인도

인도 여행기 DAY12 - 바라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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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Y 12

2017년 1월 30일 월

 


아침 먹으러 나가기 귀찮다.

아직도 야간 기차의 피곤함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것 같다.

 

어제 가려다 문이 닫아 후퇴한 일식당인 메구카페에 가서 아점을 먹기로 결정한다.

구글맵에 의존해 골목을 한참이나 헤매인 후에야 겨우 메구카페에 도착했다.

바라나시 골목 정말 너무 복잡하다. 

복잡한 것도 복잡한 건데, 말도 안되게 많은 소님 똥이 엄청난 복병이다.

어딜 가든 있다.

 

덮밥 냠냠

 

" 역사보다, 전통보다, 전설보다, 아니 그것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오래된 도시."

-마크 트웨인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유명한 마크 트웨인이 바라나시를 두고 한 말이다.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 오늘부터 직접 느껴보자.

 

바라나시는 갠지스강을 끼고 발달한 도시다.

볼거리도 갠지스 강변에 모두 몰려있다.

화장터와 가트들이 유명한데, 화장터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기대된다.

 

강가를 걸어다니다가 한 무더기의 아이들을 만난다.

정말 꼬질꼬질하다.

그렇지만 눈에는 여느 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순수함이 들어있다.

크면서 뼛 속까지 장사치로 변할 아이들. 그게 너무 안타까웠다.

애들이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찍어준다고 했더니, 해괴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순수와 집착

한 녀석이 내 가방의 펜을 발견, 달라고 조른다.

아니, 거의 빼앗으려 한다.

난 망가진 펜 하나를 준다.

그러자 아이들이 너도나도 달라고 쫒아온다.

정말 십 분 넘게 계속 쫓아온다.

동네 아이들이 모두 모여든 것만 같다.

세 명이었는데, 어느새 열댓 명으로 늘었다.

계속 시달리다가 짜증이 나 결국 정색을 해 보이니 그제야 하나둘씩 포기한다.

 

아이들이 펜에 집착하는 걸 보며 느낀 점이 있다.

얘들도 삐끼였다. 예비 삐끼.

 

가지런히 말리는 모습이 귀여워서

강변에 볼거리가 정말 많다.

신기한 점은 생각보다 관광객이 많지 않다는 것인데, 현지인들이 너도나도 강가로 나와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

강에서 빨래를 하고 빨래를 너는 사람도 있고 강에 몸을 담그는 사람도 있다.

아이들은 크로켓을 하고 어른들은 배드민턴을 치고있다.

이들에게 갠지스강은 무언가 신성한 장소이기에 앞서 그저 생활공간임이 느껴진다.

 

굉장히 '바라나시스러운' 글귀

"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에게 물어라 "

 

쓰레기통마저 신성한 곳 바라나시
열심히 그림 그리고 있는 형

아무 생각 없이 이것저것 구경하며 그냥 걸었다.

첫 가트부터 마지막 가트까지 걸었는데, 짧은 거리임에도 이곳저곳 기웃기웃하고 다니느라 반나절이 넘게 걸렸다.

 

아직 뭔가 신성함 같은 건 못 느끼겠다.

그냥 순간을 즐기면, 즐거우면 되는 게 아닐까?

바라나시라는 도시는 단지 즐기는 것만으론 부족한 도시일까?

느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뭐 지금도 괜찮은 것 같다.

 

짜이 한잔의 여유

마지막 가트 근처 한 찻집에 무작정 들어왔다.

이 근처는 조용하니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카페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놨다.

 

카페 주인장이 무언가를 열심히 정리하고 있길래 뭘 하나고 물어보니,

카페만으론 장사가 잘 안되어서 책을 들여 헌책방으로 같이 운영할 계획이라 책 정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구글 맵에도 등록이 안되어있다.

내가 구글맵에 손수 등록을 해주니 고맙다며 빵을 공짜로 준다.

가끔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행동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자메이카 출신 케빈이란 사람도 잠시 후 카페로 들어왔다.

통성명 후 테이블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마음이 열려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어디선가 알게 모르게 강하게 느껴지는 영험함 따위의 느낌이 있긴 한 것 같다.

그것마저 단지 여기가 바라나시기에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즉 내가 능동적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느낌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결과가 아닐까?

'바라나시니까, 뭔가 있겠지'하는.

 

그건 그건데, 갠지스 강물 정말 똥물이다.

진짜 말 그대로 똥물이다.

쥐, 개, 새, 쓰레기, 시체 등 온갖게 다 있다.

강 가까이에 가보고 기겁을 했다.

내가 어느 정도 더러움에 면역되어있었기 망정이지,

인도 다른 곳 안 들르고 바라나시로 바로 왔으면 기절할 뻔 했다.

 

한 발자국 떨어져 보면 분위기는 정말 좋다.

조용한 데다가 바람도 솔솔 불고 기온도 적절하다.

신기하게도 악취가 없다.

 

아저씨, 죄송해요. 실례를 무릅쓰고 몰래 찍었어요.

개님이랑 너무 다정히 앉아계셔서요.

아저씨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아저씨도 혹시 그냥 생각하는 척하는 건가요?

 

드디어 대망의 하이라이트, 화장터. 

해가 질 때쯤부터 화장을 시작한다.

로마인들이 죽기 전 파묵칼레로 갔던 것처럼

인도인도 죽기 전 바라나시로 온다.

갠지스강에서 화장되기 위해 굳이 온단다.

 

솔직히 사람 시신을 태우는 장면이 그닥 유쾌한 장면은 아니라서 그냥 멀찍이 떨어져서 타들어가는 장면을 지켜봤다.

 

처음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냥 계속 봤다.

홀린 듯이 봤다. 

'사람이 타는구나...'

그러다가 나도 저렇게 가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다 죽은 시체를 붙들고 오열하는 사람들을 봤다.

그제야 뭔가가 안에서 밀고 올라왔다.

슬픔인지 혐오감인지 감동인지 불쾌함인지는 모르겠다.

 

하여튼 그 전까진 담담했지만 그때부턴 뭔갈 느꼈다.

그 이후로 화장을 다시 봤다.

이번엔 무서웠다.

이유 모를 소름이 확 끼쳤다.

 

확실한 건 화장 장면을 보는 게 썩 유쾌한 일은 아니라는 것.

 

연기가 되어 올라가는 사람들

힌두교의 신앙과는 별개로, 이 말도 안 되는 화장 문화 덕분에 환경 파괴가 엄청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루에도 시신 수십 구가 태워지고 어떠한 여과 과정도 없이 그대로 강물에 유기된다.

이렇게까지 전통을 지키는 것이 중요할까?

 

다 늦은 시간 듣는 사람도 없는데 그림자 속에서 구슬픈 곡조를 불고 계신 어떤 분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갠지스의 밤

 

30일의 가계부-

점심 366

물 20

짜이 30

피짜리아 310

짜이 10

 

총 736루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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