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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記 :: 17년 인도

인도 여행기 DAY13 - 바라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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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Y 13

2017년 1월 31일 화

 


새벽의 갠지스
수행자들
새벽 댓바람부터 갠지스강에 몸을 담그는 사람들

그들의 고유한 문화이니 비하할 의도는 전혀 없고 해서도 안되지만, 위생이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오늘은 부지런하게.

브라운 브래드 베이커리에 일등 도착.

이제 인도에서 3일 남았다.

뭔가를 허둥지둥하려기보단 그냥 즐겨야지.

어젠 무서워서 잘 못 잘줄 알았는데 의외로 숙면했다.

피곤했나 보다.

 

서양사람들은 아침에 이것만 먹고 배가 안고픈가?
바라나시의 아침

아침을 빵빵하게 먹고 피곤함을 느껴 숙소로 돌아가 낮잠 좀 자기로 결정한 뒤

가트 변을 걸었다.

 

사실 어제 카페서 만난 케빈과 오늘 아침에 날씨가 좋다면 일출보트를 같이 보기로 했었는데,

약속한 시간에 안개가 많이 끼어있어서 취소됐거니 했다.

 

 

어느 이름 모를 가트 앞에 잠시 앉았는데,

어떤 인도인이 접근한다.

 

" 칭구~ 칭구~ "

 

삐끼인가 의심이 갔지만 일단 들어는 보자.

이것저것 설명해준다.

 

화장하는 것도 알려주고, 어떤 지하 사원에도 데려가 구경도 시켜준다.

가면 갈수록 삐끼임이 확실해진다.

난 단물만 빨아먹고 보내기로 하고 계속 쫓아다닌다.

나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도 나름 가난한(?) 여행자니까.

 

결국 돈을 원한다.

난 안 준다고 하다가 하도 귀찮아서 10루삐 쥐어주고 보냈다.

 

이런 가이드 삐끼들의 문제점은 이것이다.

처음엔 무슨 선한 사마리아인마냥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순수한 마음의 '친구'인 것마냥 접근해서 결국 돈을 달라고 한다.

차라리 처음부터 '내가 바라나시 좀 아는데 얼마얼마만 내면 구경 좀 시켜줄게'하면 좋을 것을 말이다.

 

10루삐(약 200원)에 바라나시 30분 투어.

나름 성공적이다.

 

가트변을 장식하고 있는 어느 홍대스타일 예술가

 

물에 약간 잠겨있는 한 사원.

비스듬한 기울기가 운치를 더한다.

 

정교한 디테일에 새삼 놀란다.

옛날엔 석공이 돈을 엄청 벌었을 것 같다.

 

혀로 자기 손을 핥고 있는 동물이 우리나라의 해태를 닮았다.

사자의 몸에 뱀 비슷한 꼬리를 가진 모습이 스핑크스같아 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스핑크스'하면 떠올리는 이집트 기자의 대스핑크스는 사실 스핑스크가 아니다.

스핑크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악질적인 괴수이다.

반면 이집트의 대스핑크스는 그리스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석상이다.

'지평선의 호루스'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는 수호신이다.

기자의 대스핑크스 발굴 이후 유럽의 고고학지들이 자기들 멋대로 괴물의 이름을 가져다가 붙인 게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적어보았다.

 

어딘가 징그러우면서도 웅장하다

 

점심은 고돌리아에 있는 keshari 레스토랑에서 해결하기로 정했다.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훤칠한 서양 남자 두 명과 한국인 여자 두 명이 들어온다.

눈을 의심케 하는 조합이었지만 음식을 쉐어 할 심산으로 합석을 제안했더니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영국인들이었는데 정말 쾌활하고 장난기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점심 정말 맛있었다.

일단 오랜만에 먹는 인도식이었다.

게다가 고급 레스토랑의 비싼 음식들이라 최고였다.

합석해 여러 요리를 시켜 다 같이 공유해 맛있는 요리 아주 다양하게 맛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오랜만에 외롭지 않은 식사였다.

 

 

고돌리아.

바라나시의 시내이다.

강가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바로 있다.

먼지가 풀풀 날라고 빵빵이는 릭샤, 자동차들과 여유롭게 차도 한가운데 누워계시는 소님들까지

혼란스러움의 극치이다.

그래도 빠하르간즈만에는 못 미친다.

 

 

다시 강가로 돌아와 산책을 했다.

오늘은 어제 화장하는 걸 보느라 포기했던 '아르띠 뿌자Arti pooja'를 보기로 한다.

아르띠 뿌자는 힌두교 의식인데, 매일 다샤스와메드 가트 앞에서 진행된다. 인도에서 가장 중요한 가트란다.

 

오늘도 역시 걷는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걷는다.

다행히 구름이 조금 끼어 덥진 않다.

그냥 생각 없이 걷는 것도 충분히 즐겁다.

 

호텔로 개조된 어느 멋진 가트

강가를 따라 계속 걸었다.

걷다 보니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어제 아씨 가트의 카페에서 만나 친해졌던 케빈이다!

가족을 만난 것 같이 엄청 반갑다.

 

 

" Hey bro! So happy to meet you again! "

 

마침 케빈도 아르띠 뿌자를 볼 생각이라기에, 같이 보기로 한 뒤 다시 걷는다.

 

오늘 아침에 안개가 많긴 했지만 자기는 그냥 일출보트 탔단다.

날씨가 좋지 않아 나를 기다리지는 않았단다.

다행이다. 내심 미안했는데 말이다.

 

케빈은 특이하게도 자메이카 출신의 '백인'이다.

흔히 자메이카 하면 흑인이 떠오르기 때문에 살짝 놀랐다.

케빈도 사람들의 이런 반응이 익숙한지 웃으며 설명해준다.

삼십 대 중후반 정도 되어 보인다.

이력을 들어보면 가공할 만한 사람이다.

자메이카 출신에 미국 대학을 졸업, 상하이에서 7년간 교사생활 뒤 지금은 사우디에 산다.

덕분에 스페인어, 영어, 중국어, 아랍어 등 다양한 언어를 구사한다.

여행을 너무 좋아해 매 휴가 시즌마다 세계 각국으로 여행을 다닌다.

대단한 사람이다.

 

비 한국인(?)의 좋은 점이다.

나이에 관계없이 친분을 쌓을 수 있다는 점.

영어엔 한국어처럼 딱 떨어지는 존댓말 개념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한국인끼리 만나면 첫 만남부터 나이 때문에 상하관계가 결정나버린다.

반면 영어는 자율성이 좀 더 높아서 좋다.

영어가 괜히 만민의 언어가 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르띠 뿌자는 인파가 몰려 혼잡하기만 하고 생각보다 별 감흥이 없었다.

그닥 몽환적이지도 극적이지도 않았다.

하기야, 문화를 알아야 종교적 행사를 보고 뭘 느끼지.

인도인들이 뜬금없이 한국에 와서 굿판 벌이는 걸 보면 나처럼 감흥이 없을 거다.

 

아르띠 뿌자 제사 장면

우리가 풍선을 날리거나 연등을 시주하며 소원을 비는 것처럼, 인도인들은 이렇게 갠지스 강에 작은 화환을 띄워 보내며 소원을 빈다.

화환은 디아Dia라고 한다. 10루삐밖에 안 하길래 케빈과 하나씩 사서 띄워 보냈다.

 

우리 둘은 혼잡한 인파 속에서 서둘러 빠져나와 우리가 어제 만났던 그 카페로 갔다.

짜이 한잔 후 이메일 교환하고 금방 헤어졌다.

내일을 기약하면서.

자기는 내일 오전 10시에 이 카페에 들렀다가 다른 도시로 간단다.

나는 시간 나면 오겠다고 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앞에서 또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어젯밤에 화장터에서 만나 몇 마디 나눈 한국인 여성분이다.

 

술 냄새에 얼굴도 새빨갛다.

 

" 소주 한 잔 하셨나봐요?ㅋㅋㅋ "

 

선재네 멍카페라고 한국인이 바라나시에서 하는 숙소 겸 카페 겸 식당 겸 술집에서 한국인들과 다 같이 한 잔 했단다.

여기까지 와서 소주를 마시며 부대끼고 싶진 않다.

그래도 막상 그런 자리가 있다면 동질감 덕에 엄청 즐거울 것 같긴 하다.

어쩌면 내 소심함이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독립심이란 탈을 썼는지도 모른다.

방향은 다르지만 잠시 같이 걷다가 빠이빠이.

유쾌한 분이라 잠시나마 한국에 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걷다가 아침에 그 삐끼도 마주쳤다.

그냥 모른 척 지나쳤는데

잠깐 날 따라오다가 고맙게도 알아서 꺼져줬다.

 

조용해서 좋다

 

세상 좁다.

정말 좁다.

새삼 느낀다.

오늘 아침 내 앞에서 먹은 일본인도 아르띠 뿌자에서 만났다.

케빈, 일본인, 이름 모를 쾌활한 한국 여성분, 그리고 기분 나쁘지만 삐끼까지.

신기하다.

 

흰멍이 갈멍이 검멍이

오늘은 그야말로 정말 즐겼다.

뭔가 순도 100퍼센트의 여행을 한 것만 같은 느낌이다.

 

 

31일의 가계부-

 

아침 300

삐끼 10

점심 415

디아 10

짜이 30

 

총 765루삐

 

 

인도 여행기 DAY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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